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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간' 심장 이식 수술 끝내고도 환자 돌본 의사를 절대 못 잊는 '한 사람'

기절할 것만 같은 몸을 움직여 또다시 환자를 돌보는 한 의사의 모습이 가슴뭉클함을 자아낸다.

인사이트National Geographic


[인사이트] 장형인 기자 = "제가 바로 이 사람입니다"


사진 속 온갖 의료 장비가 몸에 연결돼 수술실에 누워있는 환자가 보인다. 그 옆에는 담담히 앉아 환자 곁을 지키는 의사도 있다.


수술실 뒤편에는 구석에 누워 쪽잠을 청하는 의사도 눈길을 끈다. 


25년 전 수술을 받은 환자가 바로 자신이라고 밝힌 남성은 "의사선생님께 은혜를 갚을 길이 없다. 난 선생님 때문에 새로운 삶을 얻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색이 바래고 구겨진 이 오래된 사진 한 장에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걸까.


혹자들은 이 사진을 두고 "역사를 바꾼 사진"이라고 평가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최고의 사진'


인사이트National Geographic


해당 사진은 지난 1987년 폴란드에 있는 심장 전문 병원에서 촬영됐다. 수술실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지키는 의사의 이름은 즈비그뉴 리리가(Zbigniew Religa).


최고의 의사로 불렸던 즈비그뉴는 지난 1987년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는 심장 이식 수술을 폴란드에서 최초로 성공해낸 명의였다.


당시 환자 테데우시 지크비츠(Tadeusz Zitkevits)는 심장 이식을 받아야지만 살 수 있었는데, 선뜻 나서는 의사가 없었다.


수술의 성공 확률도 낮았으며 또한 기술적인 결함이 많아 대부분 수술 결과에 희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실패할거라는 추측이 강한 상황 속 수술을 집도하겠다는 의사가 나타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때 외과의사 즈비그뉴가 나섰다. 평소 인공판막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하는 등 심장학계에서 그는 권위 있는 의사였다. 


그는 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워 지체 없이 수술을 시작했으며 무려 23시간 동안 심장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수슬이 끝난 후 어시스턴트는 구석에 쓰러져 그대로 잠을 청했다. 수술을 집도한 즈비그뉴도 힘들었지만 쉬지 않았다. 


수술 후 환자 테데우시의 혈압, 맥박, 호흡 등 바이탈을 직접 체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일으켜 끝까지 테데우시의 곁을 지켰다. 


해당 모습은 사진작가 제임스 스탠스필드(James Stansfield)가 촬영했다. 이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뽑은 최고의 사진 중 하나로 선정되며 심장 수술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증거사진이 됐다.


하늘나라로 떠난 의사에게 환자가 남긴 마지막 말 "평생의 은인이여. 감사합니다"


인사이트National Geographic


즈비그뉴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 테데우시는 과거 언론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며 다시 한 번 그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테데우시는 "난 그 수술을 받은 후 새로운 삶을 살았다"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낸 즈비그뉴는 내 생애 절대 잊을 수 없는 은인이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그는 현재 세상에 없다"며 "날 수술해준 의사는 떠났지만 난 아직 살아있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의술이 엄청났다는 증거다"고 덧붙였다. 


즈비그뉴는 이후 테데우시말고도 심장이 아픈 수백 명의 사람을 살렸으며 폴란드 보건장관을 역임한 뒤 지난 2009년 사망했다.  


2018년 현재까지 의료계에서 회자되는 사진


전 세계 의료인들이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 말하는 제네바 선언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


지금도 의료계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에게 환자를 살리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사명감을 주는 사례로 이 사진은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