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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대통령 취임하자마자 '방송 금지어'로 지정한 단어

당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정치 풍차가 금지돼 현 정권을 부정, 비하, 폄하, 희화화하는 소재나 단어는 사용할 수 없었다.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38년 전 오늘(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 모인 사람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간선제를 통해 대한민국의 제11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


사실 의미 없는 선거였다. 국민을 배제한, '그들 만의 리그'라고 불리는 간선제 문제를 차치하고도 말이다.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신군부는 이미 정권을 장악했고, 단지 '정통성'을 찾기 위해 보여주기식 절차만 밟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여론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를 발동했다.


인사이트뉴스1


그 결과는 5.18 민주화 운동의 유혈진압이라는 끔찍한 결말뿐이었다.


전투화로 시민들을 짓밟은 신군부는, 그 피가 다 마르기도 전에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상임위원장이 되어 정부의 실권을 손아귀에 넣었다.


결국 그해 9월 1일 대통령으로 취임한 전 전 대통령은 유신정권과는 완전히 선을 긋고 새로운 정책을 펼치면서 신군부에 반발하는 세력을 유화하려 노력했다.


Sports, Screen, Sex. 그 유명한 3S 정책으로, 반정부적 움직임이나 정치, 사회적 이슈 제기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인사이트5.18 기념재단


이에 따라 한국프로야구가 창설됐으며 컬러 TV 보급, 성인 영화 등 성인물이 장려됐다.


또한 야간통행금지 조치가 해제됐다. 학원 두발, 복장 자율화 정책도 시행됐다. 모두 국가의 문화 산업 발전과 국민 생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기도 했다. 언론 통제의 일환으로 '언론통폐합'을 주도하며 모든 언론 보도를 검열하기 시작했다.


방송 프로그램의 정치 풍차도 금지됐다. 현 정권을 부정, 비하, 폄하, 희화화하는 소재나 단어는 방송에서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머리'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전 전 대통령의 외적 특징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대머리'인데, 대머리라는 소재 혹은 단어가 대통령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해석해 금지했다.


실제로 개그맨 최양락은 과거 인터뷰를 통해 "정치 이야기를 개그로 풍자하는 게 싫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전두환 정권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소위 '5공 시절'에는 대머리, 이순자(전 전 대통령 부인) 등은 금기어였다"라며 "우리나라는 거지가 없는 나라, 잘 사는 나라, 실업자가 없는 나라라고 말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전두환 닮은꼴'로 유명했던 배우 故 박용식은 단지 대통령을 닮았다는 이유로 약 10년간 방송 출연 정지를 당했다.


인사이트뉴스1


결국 박용식은 방송에 출연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며 참기름 장사로 연명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지난달 26일, 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투병'을 이유로 재판 불출석 입장을 통보한 바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방금 전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병증이 심각한 상태이니, 아마 이 사실도 홀라당 까먹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