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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 여성들 수십명 속여 '자기 정자'로 임신시킨 산부인과 의사

불임 여성들에게 자신의 정자를 제공하고 이를 속여온 의사가 면허 회복을 거부당했다.

인사이트13WTHR


[인사이트] 장경윤 기자 = 불임 여성들에게 자신의 정자를 제공한 의사는 "의대생이 제공한 것"이라며 뻔뻔한 거짓말을 일삼았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수십 명의 여성들에 자신의 정자를 제공하고 이 사실을 감춘 의사가 면허 회복을 거부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현재 79세인 남성 도널드 클라인(Donald Cline)은 1970년대부터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불임 클리닉을 운영해왔다.


이곳에서 수많은 불임 여성들에게 '익명의 기증자'의 정자를 제공한 클라인은 2009년 모두의 존경 속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인사이트좌측부터 클라인의 정자로 태어난 자코바 발라드, 매튜 화이트, 줄리 하먼 / thespec


그런데 클라인이 은퇴한 지 꽤 시간이 흐른 2017년, 클라인은 갑작스럽게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클라인에게서 치료를 받았던 리즈 화이트(Liz White)의 아들 매튜 화이트(Matt White)가 유전자 검사 도중 자신의 생물학적인 형제·자매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더욱 자세한 DNA 테스트 결과 클라인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는 최소 20명이 넘었다.


또한 클라인의 생물학적 딸들 중 하나인 자코바 발라드(Jacoba Ballard)는 클라인이 50번 정도 자신의 정자를 환자들에게 기증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처음 이 같은 내용을 전면으로 부인하던 클라인은 계속 드러나는 증거에 결국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인사이트ABC6


"정자는 익명의 의대생이 제공한 것", "기증자 한 명의 정자를 3번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클라인의 말을 철석같이 믿어온 환자와 가족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환자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클라인의 태도였다.


클라인은 "내 행동이 부끄럽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나는 단지 여성들을 돕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클라인은 "신선한 정자를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내 정자를 사용했다"며 "만약 환자가 돌아와 다른 아기를 원한다면, 나는 다시 나의 정자를 사용해 완전한 형제·자매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사이트ABC6


현행법상으로도 의사가 자신의 정자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특별한 금지사항은 없었다.


결국 클라인은 사법방해 혐의로 징역 1년 형과 집행유예만을 선고받았다.


수감을 면한 클라인은 이후 인디애나주 의료 라이센스위원회에 다시 의사 면허 회복을 신청하기까지 했다.


인사이트매튜 화이트와 그의 엄마 리즈 화이트 / ABC6


그러나 위원회에서는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클라인의 면허 회복을 거부한 뒤, 다시는 클라인이 인디애나주에서 면허를 신청하지 못하도록 금지 명령을 내렸다.


여기에는 매튜 화이트를 포함한 환자들의 목소리도 작용했다.


이제 환자들은 의사가 사람들을 속이고 자신의 정자를 사용하는 것을 범죄로 간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튜 화이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위원회가 클라인의 면허를 금지시킨 것에 대해 감사한다"면서 "하지만 이것은 작은 승리일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