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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반대에도 빌딩청소하는 80세 노모 걱정돼 매일 새벽 배웅나가는 아들

새벽 3시, 청소일에 나서는 80세 노모가 걱정돼 매일같이 함께 길을 나서는 아들이 있다.

인사이트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모두가 잠든 시간, 그 누구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운행하는 서울의 올빼미버스를 타고 일터로 향한다.


지하철도, 버스도 모두 끊긴 새벽녘 유일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외롭지 않다.


텅텅 비어있을 줄 알았던 올빼미버스에는 대리운전기사, 취업준비생, 자영업자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몸을 싣는다.


그중에는 깨끗하고 상쾌한 누군가의 아침을 위해 매일 새벽 빌딩 청소를 하러 집을 나서는 80대 할머니도 있다.


인사이트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지난달 22일 방송된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환한 불빛을 달고 한밤의 도시를 달리고 있는 올빼미버스의 72시간이 그려졌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의 새벽 3시, 심야버스에 할머니 한 분이 올라탔다.


한쪽 어깨에 가방 하나를 멘 그는 8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한 모습이다.


버스에 탄 할머니는 자리에 앉기도 전, 누군가를 향해 '얼른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이른 새벽, 할머니를 배웅한 건 아들이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KBS 2TV '다큐멘터리 3일'


박승귀 할머니는 16년째 석촌호수 인근의 한 빌딩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다.


이제는 습관이 된 터라 피곤한 줄도 모른다는 할머니다. 할머니는 "자식들이 그만두라고 하는데 몸이 익숙하니까"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고령에도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 출근을 마다치 않는 할머니를 보며 자식들은 이제 그만 쉬시라고 한없이 만류했더랬다.


하지만 할머니의 고집은 꺾지 못한 듯하다.


대신 아들은 달빛마저 사그라든 새벽, 홀로 길을 나설 어머니가 걱정돼 매일 배웅하는 길을 선택했다.


버스에 올라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다녀오세요"라고 무심히 인사를 건네는 아들의 목소리에서 걱정이 묻어난다.


인사이트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이날 할머니는 직접 사비로 구매한 각종 세제와 청소용품을 가방에 넣어 출근길에 올랐다.


제작진이 그 이유를 묻자 할머니는 "나 때문에 깨끗해야 하는데 거기서 주는 거로는 모자라더라"라고 말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버스기사가 할머니에게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할머니도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버스에서 내렸다. 짧은 한마디지만 서로가 힘을 얻는다.


오늘도 올빼미버스에는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는 이들과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뒤엉켜 한밤의 도시를 달린다.


Naver TV '다큐멘터리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