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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생망'을 외치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추천하는 책

나만 괴롭고 힘들고 혼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청소년들에게 고민은 '통과의례'와 같다는 것을 알려주는 한편의 소설이 있다.

인사이트북폴리오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아무래도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아!" 


고민은 고민을 낳고, 생각은 보다 깊은 생각을 낳아서 한 번 꼬인 인생은 풀릴 생각을 않고 더 힘차게 꼬여만 간다. 


그런데 청소년 시기를 겪은 다 큰 엄마, 아빠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또한 나만의 고민은 아닌 것 같다.


조금 지나서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속상해 왕왕 울고, 또 엄청나게 화를 내기도 했단다. 


가만 보니 성장기는 누구에게나 '이불킥'을 선사하는 시기임이 분명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


인간미가 뚝뚝 흐르는 소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속 16살 동갑내기들도 이와 같은 고민을 가득 안고 있다. 


우선 주인공 에이자는 불안할 때마다 손톱 밑을 쑤시는 타고난 강박증의 소유자.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뻐 전형적인 인기녀 스타일이지만 아쉽게도 소녀는 소라게처럼 조금만 걱정되면 '자기 안'이라는 등껍질에 숨는 특징이 있다. 


그때마다 가족과 친구, 담당 의사 등 주변 사람들이 부지런히 주변에 다가가지만 에이자는 등껍질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않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


에이자만 그런 건 아니다. 자신이 돈 많은 자산가의 아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가온다고 자각하는 데이비드 또한 언제나 슬프다. 


그녀의 친구이자 백만장자의 아들인 데이비드는 눈을 하늘로 돌려 현실 도피를 한다.


광활한 우주와 연결된 하늘을 보며 소년은 12광년 떨어진 빛을 찾아낸다. 


멀리 떨어진 별빛을 보며 12년 전 과거로 시간을 되돌렸다고 생각하면 이미 돌아가신 엄마가 앞으로 3년이나 더 자신과 동생 곁에 있는 셈이 된다. 


그렇게 데이비스는 '과거의 빛'에서 위안을 찾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


그렇게 따지면 그나마 행복한 건 에이자의 절친 데이지라고 할 수 있겠다. 


낙천가 데이지는 방과 후 땀이 줄줄 흐르는 더운 날 인형탈을 쓰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환경에서도 투덜거리기 보다 농담하는 쪽을 택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광팬인 소녀는 등장인물인 레아 공주와 츄바카의 종을 넘어선 로맨스를 팬픽으로 쓰고 있다. 


자신의 글에 대해 반박하는 독자가 있어도 이성적인 판단하며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맞선다. 


그러나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으로 대학 학비를 걱정해야 하는 숨겨진 그늘 또한 데이지의 몫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


소설에서는 에이자의 불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책 속에 나오는 세 명의 청소년들은 각기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걱정 없는 어른은 없듯, 고민 없는 청소년도 없다. 


지속되는 불안증에 더해 강박증에 시달리는 자신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에이자에게 그녀의 엄마가 나지막하게 말한다. 


"걱정하는 게 어때서. 걱정은 올바른 세계관이야. 인생은 가시밭길이니까" 


에이자의 엄마 말대로 인생은 사실 그리 녹록지 않다. 그러니 청소년기에 항상 고민하고 흔들리는 것은 어쩌면 더욱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