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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보트전복 사고에서 살아 돌아온 소방관이 죽은 동료 떠올리며 한 말

함께 구조활동에 나섰다가 실종된 소방관이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오자, 생존 소방관은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단장님 저 너무 힘들어요. 죽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어요"


한강 구조보트 전복 사고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소방관. 하지만 함께 휩쓸린 동료의 죽음 앞에 그는 '살았다'는 안도보다 '혼자 살았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지난 13일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최인창 단장은 페이스북 '소방의 시시비비'를 통해 한강 보트 전복사고가 발생했던 그 날을 회상했다.


하루 앞선 지난 12일 김포시 고촌읍 김포대교 인근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던 구조보트가 전복돼 소방관 2명이 실종됐다.


당시 보트에 타고 있던 소방관은 4명으로 나머지 2명은 자력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살아 돌아온 지모 소방관은 결혼식을 2주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깜짝 놀란 최 단장은 평소 의동생으로 지내던 지 소방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인사이트뉴스1


그러던 중 사고 당일 지 소방관에서 뒤늦게나마 전화가 걸려왔다.


스마트폰에 찍힌 지 소방관의 이름을 보는 순간 최 단장은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수화기 건너로 들려오는 지 소방관이 건넨 첫 마디는 "단장님 저 너무 힘들어요. 죽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어요"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휴대폰을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인사이트뉴스1


최 단장은 혹시 다른 생각을 할까 싶어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김포 수난구조대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대원들은 모두가 죄인인 양 고개를 떨구고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아무런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최 단장도 그 마음을 알기에 굳이 자초지종을 묻지 않았다.


축 처진 어깨만 한없이 토닥여 주었다.


최 단장은 "같이 출동했다가 한순간에 동료의 죽음을 보게됐고, 한 사람을 구조하고 두 분을 못 구했다는 죄책감과 자기만 살아남았다는 자괴감으로 소방관들이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아남은 자들이 죄인이 아니지 않은가. 모두 최선을 다한 대한민국의 소방관들이다. 동료를 잃고 자괴감으로 괴로워 할 생존 소방관들에게도 위로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한편 실종된 故 오동진 소방위와 故 심문규 소방장은 다음날인 13일 결국 숨진 채 가족들 곁으로 돌아왔다.


소방청은 순직한 두 소방관에 1계급 특별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한다.


영결식은 16일 오전 10시 김포시 생활체육관에서 거행되며, 두 소방관은 대전 현충원에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