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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기념식 행사장에 박정희 대통령 등장하자 '총성'이 울려 퍼졌다

1974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 29주년 광복절 행사에서 괴한이 쏜 총탄에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숨을 거뒀다.

인사이트국가기록원 홈페이지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 이 뜻깊은 자리를 빌려 조국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44년 전인 1974년 오늘(15일) 광복절을 맞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은 박정희 대통령이 "평화통일 3단계 기본원칙"을 밝히기로 돼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축사 낭독이 반쯤 이뤄졌을까.


'탕-'


한 발의 총성이 광복절 기념회장에 울려 퍼졌다. 이어 두 번째 총성이 울리면서 한 사내가 단상을 향해 뛰쳐나왔다.


인사이트


인사이트국가기록원 홈페이지


박정희 대통령 앞 10m 거리까지 접근한 그는 또다시 여러 발의 총을 쏘았고, 당시 현장에 있던 독립유공자들이 그를 제압했다. 이때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영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가 총에 맞은 탓에 주변 사람들이 울부짖은 것이다.


기념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육영수 여사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뇌수술을 받았다.


400mL 혈액 148병이 쓰일 만큼 대수술이었다. 그러나 총탄이 뇌정맥을 꿰뚫은 상황에서 살아날 가망은 희미했고, 결국 이날 오후 7시 육영수 여사는 눈을 감았다.


인사이트국가기록원 홈페이지


인사이트육영수 여사 운구 모습 / 육영수 여사 전자 기념관 홈페이지


기념식장에 합창 단원으로 자리했던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현재 성동글로벌고등학교) 2학년생 장봉화 양도 총을 맞고 사망했다.


짧은 시간에 두 명이 심각한 총상을 입고 병원에 호송됐으나, 사건이 일어난 후 불과 3분 뒤 박정희 대통령은 다시 단상에 섰다.


박정희 대통령은 연단 위에서 보리차 한 잔을 마신 뒤 "여러분들, 하던 얘기를 계속하겠습니다"라며 남은 경축사를 마저 이어 나갔다.


인사이트육영수 여사 장례 행렬 /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인사이트문세광 /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이날 총을 쏜 범인은 22세의 재일한국인 2세였던 문세광.


그는 북한과 일본을 왕래하던 만경봉호에서 북한으로부터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라는 지령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일본의 한 파출소에서 권총을 탈취한 뒤 국내에 잠입,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고자 광복절 기념회 자리에서 총을 쏜 것이다.


체포된 그는 10월 19일 사형 선고를 받은 후 항소했으나 기각당했고, 대법원에서도 상고가 기각되어 12월 17일 사형이 확정됐다.


이후 3일 뒤인 12월 20일 사형이 집행됐다. 사형 집행 전 그는 일본어로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정말 바보였어요. 일본에서 태어난 것이 한스러워요.

일본에서 속고만 살았어요.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박정희 씨에게 정말 몹쓸 짓을 했어요.

육영수 씨와 죽은 분에게는 정말 죽을 죄를 졌어요.

저도 그분들 곁으로 같이 보내주세요.

제 처에게 아직 나이도 젊으니 재혼해서 제2의 인생을 살도록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