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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재 “코미디밖에 할 줄 아는게 없어요”

코미디언, 작가, 방송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유병재가 인터뷰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을 만드는 일이 제일 좋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광천의 아들이라고 하면 드라마 '왕초'에 등장한 윤용현, 광천고를 나온 이봉주 선수, 그리고 최주봉 선생님인데요. 그 클래식함을 따라갈 수 없는 최주봉 선생님을 제외한 두 분은 누른 것 같아요. 하하하."

 

웃음을 머금은 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한없이 송구한 표정으로 "눌렀다는 말은 지나치고 광천의 새로운 아들이라고 표현해 달라"고 요청하는 그의 모습에 당황하게 된다.

 

유명세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이 낳은 '용한 아들'임은 분명한 이 남자는 바로 유병재(27)다.

 

유병재가 이름을 알린 것은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의 콩트 '극한직업'에서 온갖 박해와 설움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연예인 매니저로 등장하면서부터다.

 

이후 입길에 자주 오르고 다양한 방송에 얼굴을 비추는가 싶더니 지난주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MBC TV 간판 예능 '무한도전'의 식스맨 후보 면접을 치르기까지 했다.

 

유병재가 대본을 쓰고 주인공까지 맡은 tvN 청춘코미디 드라마 '초인시대'도 다음 달 10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코미디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겸손해 하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영역을 무한하게 넓혀가는 유병재를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인터뷰했다.

 

유병재는 요즘 나흘간 '초인시대' 대본을 쓰고 남은 사흘간 촬영하다 보면 일주일이 금방 간다고 했다.

 

"대본이 정말 괜찮게 나왔어요. 제가 비극과 희극이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지는 것을 지향하는데 그 비율이 괜찮은 것 같아요."

 

드라마는 작년 말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를 받은 'SNL코리아'의 '면접전쟁'과 '인턴전쟁' 코너에서 출발했다.

   

유병재는 극 중 애인은커녕 친구 하나 없는 복학생으로,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하는 인물 '유병재'를 연기한다.

 

유병재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를 이것저것 기웃대다가 우연히 대중의 눈에 든 행운의 사나이 정도로 치부할 수는 없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사모하던 여학생이 만나줄 것 같아서 열심히 공부했다"는 유병재는 수능 직후 그 여학생과 보름간 사귄 뒤 문자로 이별 통보를 받았고 이듬해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군에 입대한 유병재는 가게를 차리겠다거나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다짐하는 군인들 사이에서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1년 준비 끝에 개그맨 시험에 도전했다가 낙방했다고 했다.

 

이후 친구들과 별별 동영상을 끊임없이 만들어 온라인에 올렸고 그것이 엠넷 PD의 눈에 띄어 2012년 '유세윤의 아트 비디오'에 유세윤의 조수로 함께 하게 된 것이 방송 데뷔 계기다.

 

그는 작가로 합류한 'SNL코리아'에서 처절하기 그지없는 연예인 매니저 연기까지 도전하면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다들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들보다 진짜 매니저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나오는 게 더 실감 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코미디언 시험도 본 데다 제 스스로 연기하는 걸 보고 싶은 공명심이랄까, 허영심 같은 것이 있어서 출연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힌 것 같아요."

 

콩트 속 유병재를 꽤 오래 지켜본 시청자들은 다른 방송에 출연한 그의 '연기인 듯 연기 아닌 연기 같은' 모습에 반신반의하게 된다.

 

유병재는 사람들의 그런 의구심이 꽤 답답한 듯했다.

 

"정말 친한 친구도 '너는 내 앞에서까지 연기하느냐'고 물어서 고민에 빠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진짜 나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했죠." 

 

유병재는 "어떤 연기도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제가 연기할 수 있는 내용만 쓰고 연기할 때도 정말 실감 나게 하려고 하는 것이 그 원인인 것 같다"면서 "그 연기에 익숙한 분들이 현실의 제 모습도 연기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코미디언, 작가, 연기자, 방송인 등 주렁주렁 달린 직함 중 가장 그를 뿌듯하게 만드는 이름은 "코미디언"이라고.  

 

"코미디언으로서 작가도 하고, 연기도 하고, 노래도 만든다"고 힘주어 말한 유병재는 "궁극적인 목표 같은 건 없이 그냥 코미디를 오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병재는 "제가 지난 몇 년간 일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라면서 "만드는 게 제일 좋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작가로 일하는 게 싫었어요. 제가 재미있게 만든 코미디를 가지고서 다른 사람이 연기하고 인기를 얻는 거잖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공명심 때문에 억울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이 전혀 없어졌어요. 이제 사람들이 유병재가 잘 만들었다고 알아주지 않아도 만드는 일 자체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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