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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악순환, 가난이 IQ 떨어뜨린다

가난이 지적 능력을 약화시켜 빈곤을 가중시킨다고 한다.

 

누가 말했던가,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는 다름아닌 가난하다는 데서 온다'고. ⓒ 빈센트 반 고흐, <감자먹는 사람들>

 

 

사회 구조적으로 빈곤은 대물림되기 쉽다. 특히 계층 간의 이동이 이전보다 어려워진 현대 사회에서 가난은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굴레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가난이 IQ 및 인지능력 등의 지적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빈곤한 사람의 지적능력 약화는 더욱이 당장의 문제 뿐 아니라 앞으로의 가난과 빈곤을 더욱 가중시켜 빈곤이 악순환 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영국 워릭 대학 및 미국 하버드, 프린스턴, 컬럼비아의 4개 대학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각이 경제적 문제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면 두뇌의 기능이 그만큼 둔화된다’는 것이다.

 

뉴저지 시민들을 상대로 공동연구팀이 설계한 실험모델. ⓒ 인사이트

 

 

또한 뉴저지 시민들을 ‘소득이 높은 그룹(A)’과 ‘낮은 그룹(B)’으로 나누고, ‘갑자기 차가 고장이 나 수리해야 하는 상황’을 상정해줬다. 연구팀은 이때 ‘수리비가 150달러에 불과한 간단한 경우(a)’와 ‘1500달러나 드는 어려운 경우)(b)’의 두 가지 실험모델을 설계했다.

 

소득이 높은 그룹의 경우에는 수리비의 액수와는 관계없이 두뇌 및 인지능력의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소득이 낮은 이들은 수리비의 액수에 따라 지적 능력 테스트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소득이 낮지만 수리비 또한 적어 부담이 되지 않는 경우(B-a)에는 지적능력 테스트 점수가 소득이 높은 그룹(A)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소득이 낮고 수리비까지 부담이 되는 경우(B-b)에는 현저히 낮은 점수를 나타냈다.

 

또한 인도의 농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수확 전(빈곤한 상태)과 수확 후(비교적 부유한 상태)를 비교한 결과 동일인물이 불과 몇 달 사이에 큰 인지능력의 차이를 보였다.

 

연구에 참여한 지아잉 자오 박사는 “빈곤으로 인한 두뇌의 약화는 스트레스로 인한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와 달리 빈곤으로 인한 두뇌 위축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가난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IQ는 대략 10포인트 정도의 차이를 보였으며, 이는 만성 알코올 중독일 때 하락하는 수치와 비슷한 포인트이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Poverty impedes cognitive function"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가난하다는 상황’ 자체가 가난한 사람들을 더 불리하게 만든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가난을 순전히 개인의 책임으로 물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옛말에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개인에게 가난의 책임을 온전히 지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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