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아버지 '사도세자' 죽게 만든 원수의 정체를 알게 된 정조의 선택

정조가 아버지의 죽음에 관여한 인물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기 위해 새로운 책을 편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사도'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정조가 '규장전운'을 편찬한 이유가 '사도세자의 죽음'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정선모 중국 난징대 교수는 서울대 규장각한국문화연구원이 펴내는 학술지 '한국문화'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 '규장전운 편찬배경고'에서 정조와 홍계희의 관계를 통해 운서 '규장전운'을 편찬한 과정을 분석했다.


운서란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읽을 때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를 나타낸 책으로 '규장전운'은 정조 때 편찬한 운서다.


정 교수는 '규장전운' 전에 홍계희가 편찬한 '삼운성휘'라는 운서가 있었음에도 정조는 이를 멀리하고 의도적으로 '규장전운'을 편찬했다고 주장했다.


인사이트정조 시기 이덕무 등이 편찬한 규장전운 / 한국학중앙연구원


그 이유는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홍계희가 관련됐기 때문.


영조 때 병조판서를 지냈던 홍계희는 영조에게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잘못을 과장해 보고하는 등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임을 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 교수는 정조가 즉위 전후 사도세자의 죽음에 홍계희가 개입한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홍계희에 대한 악감정을 느꼈을 것이라 추측했다. 


게다가 1777년에는 홍계희의 아들과 손자가 정조를 시해하려는 역모를 일으켰다. 정조에 있어 홍계희의 집안은 철천지원수와 같은 존재인 셈.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사도'


그 때문이었을까. 많은 사람이 '삼운성휘'가 편리하다고 호평했지만, 정작 정조는 '삼운성휘'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조가 편찬한 '규장전운'은 '삼운성휘'와 같이 한글 자모 순에 따라 배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삼운성휘'에 대한 정조의 모순된 태도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교수는 "운서에 관심히 많았던 정조가 '삼운성휘'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외"라면서 "정조가 부친의 죽음에 깊이 관여한 홍계희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삭제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