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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이뤄질 수 없어 좌절한 여성이 죽기 전 부른 마지막 노래

92년 전 오늘인 1926년 8월 4일, 이루어질 수 없는 처지를 비관하며 한 연인이 바다에 뛰어들었다.

인사이트한국학중앙연구원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정사(情死).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해 함께 자살하는 일을 뜻한다.


92년 전 오늘인 1926년 8월 4일, 조선 사회를 발칵 뒤집는 정사 사건이 발생했다. 어느 청춘남녀가 바다에 함께 몸을 던진 것이다.


이날 오전 일본 시모노세키를 떠나 부산으로 향하던 배가 있었다. 대마도를 지나던 때였다.


우리나라와 일본 규슈를 잇는 바다인 현해탄에서 양장을 한 남녀가 서로 껴안고 갑판에서 돌연 몸을 던졌다는 소식이 선장실로 날아들었다.


일등객실 승객이었던 두 사람의 실종에 선원들은 즉시 배를 멈추고 수색을 펼쳤으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타이타닉'


1897년생으로 동갑내기였던 연인은 그렇게 스물아홉에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아무 유서도 남기지 않은 채였다.


끝까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실종인지 사망인지 모를 사연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최초 소프라노 윤심덕과 전라도 거부의 자제이자 천재 극작가였던 김우진이다.


윤심덕은 일제강점기 유명 가수 겸 배우로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던 몸이었고, 김우진은 목포 백만장자 김성규의 장남으로 와세다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당대 최고의 엘리트였다.


윤심덕과 김우진은 1921년 일본 유학생 동우회의 공연에 참여하다 인연을 맺었다. 이때 김우진은 이미 유부남이었다.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괴로워하던 두 사람은 각자 떨어져 지내보기도 한다. 윤심덕은 동생의 유학비를 모으기 위해 가수 활동에 매진했고 김우진은 독일 유학을 준비했다.


인사이트(좌)Instagram 'shinhs831', (우) Instagram 'jongsuk0206'


그러던 1926년, 윤심덕은 음반 녹음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다. 예정돼있던 노래 녹음을 다 마친 후 윤심덕은 문득 "한 곡을 더 녹음하고 싶다"고 했다.


외국곡 '다뉴브강의 잔물결'을 원곡으로 가사를 붙인 번안곡으로, 가사는 윤심덕이 직접 썼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설움" 


윤심덕의 마지막 노래, '사(死)의 찬미'라는 제목의 노래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 곡은 윤심덕의 사후 10만 장이라는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녹음이 끝난 뒤 윤심덕은 김우진에게 일본으로 건너오라는 전보를 친다. "달려오지 않으면 죽어버리겠소" 김우진은 달려왔고 다시 만난 연인은 그해 8월 3일 밤 함께 배에 올랐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마침표였다.


여담으로 비극적인 이들 연인의 이야기는 오는 하반기 드라마화될 예정이다. 김우진 역에는 배우 이종석이, 윤심덕에는 신혜선이 낙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