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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당뇨 아들 살리려 직접 IT의료기기 만들었다가 고발당한 삼성전자 출신 엄마

그저 아픈 아들을 위해 해외 의료기기를 들여오고 이를 쓰기 쉽게 개조한 엄마의 노력은 우리나라에서 '불법'이었다.

인사이트

KBS 9시 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소아당뇨를 앓는 어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직접 의료기기를 만든 엄마는 일순간 범죄자로 내몰렸다. 해외 의료기기를 반입하고 불법 유통했다는 게 그 이유다.


가슴 아픈 법정 싸움 끝에 기소 유예 처분을 받은 이 여성은 그저 아픈 자식을 둔 엄마일 뿐이었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 발표 현장에 참석했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은 '1형 당뇨' 환자 정소명 군의 어머니 김미영씨를 만났다.


김씨는 우리나라의 지나친 의료 규제 때문에 고통받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문 대통령에게 털어놨다.


인사이트KBS 9시 뉴스 


사연은 이렇다. 김씨의 아들 소명 군은 생후 36개월에 처음 '소아당뇨'라는 희소병을 진단받았다.


아이는 4살 때부터 혈당 체크를 스스로 했고, 초등학교 3학년인 지금은 직접 자기 배에 인슐린 주사를 놓는다.


밥 먹기 전엔 항상 손가락을 찔러 혈당 검사를 하고 이에 맞게 인슐린을 주입해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손가락에 바늘을 꽂아야 하는 아들을 보며 엄마는 대신 해줄수 없어 마음이 아팠다.


그러던 중 해외 사이트에서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체크를 할 수 있는 의료 기기를 발견했다.


인사이트KBS 9시 뉴스


곧바로 식약처에 정식 수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는 아들을 위해 해외에서 이 기기를 직접 수입해왔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모토로라·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출신의 경력을 발휘해 기기와 스마트폰 앱을 연동한 원격 혈당측정기를 고안했다.


이미 해외 커뮤니티에 관련 기술이 모두 공유돼 있어 납땜 등만 하면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김씨는 자기 아들처럼 1형 당뇨 환자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의 부탁을 받아 대신 의료기기를 사다주기도 했다.


그렇게 김씨가 2년간 구입한 물품은 3억여원. 환자 가족들이 택배비에 보태라며 보내준 돈과 환율 차이 등으로 김씨가 얻은 돈은 고작 90여만원이었다.


인사이트KBS 9시 뉴스 


그런데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정식 수입 허가가 나지 않은 의료기기를 국내로 반입하고 이를 되팔았다며 식약처에서 김씨를 고발한 것이다.


그저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환우와 가족들을 위해 선의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법은 그렇지 않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내 대체품이 없는 해외 의료기기의 경우 개인이 구매하는 것은 허용하나 다량 구매해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식약처는 김씨가 받은 택배비를 대가성이라 판단했다. 


검찰에 송치된 김씨는 7차례 조사를 받은 끝에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인사이트의료기기 규제혁신 현장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 뉴스1 


김씨의 억울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의료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보건복지부는 안전성 문제가 없는 의료기기를 먼저 국내 시장에 들여오는 것을 허용하고 사후 평가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풀었다.


덕분에 혈액, 소변 등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체외진단기기 시장 진입이 기존 390일에서 80일로 대폭 줄었다.


모두 아들을 살리려 불법을 마다치 않았던 엄마 김씨가 이뤄낸 성과였다.


이날 김씨의 사연을 들은 문 대통령은 "첨단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평가 절차를 만들어 혁신성이 인정되면 즉시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