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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 '도쿄 올림픽'에서도 후쿠시마 방사능은 없어지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후쿠시마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방사능 국가'라는 오명을 씻으려고 작정했다.

인사이트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후쿠시마 올림픽, 아니 도쿄 올림픽이 어느새 2년 앞으로 다가왔다.


필자가 도쿄 올림픽을 '후쿠시마 올림픽'이라고 한 이유는 명백하다.


일본 정부는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후쿠시마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방사능 국가'라는 오명을 씻으려고 작정했다.


그 치밀하고 계산적인 속내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2020 도쿄 하계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촌에서 후쿠시마산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도쿄 올림픽 준비위원회 홈페이지

올림픽 홍보 영상에서도 후쿠시마 지역 특산물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방사능 국가' 이미지 세탁은 음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선수촌 건설에 후쿠시마산 목재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나무, 낙엽송, 노송나무 등 목재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도쿄올림픽의 야구, 소프트볼 등 일부 경기는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에 있는 아즈마 구장에서 열린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불과 90km가량 떨어진 곳이다.


심지어 도쿄올림픽의 성화 봉송은 후쿠시마현에서 시작된다. 지난 12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조정 회의를 통해 성화 봉송지를 후쿠시마현으로 결정했다.


원래는 1964년 도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오키나와에서 출발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그런데도 이 결정을 번복하고 후쿠시마로 출발지를 변경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일본 정부가 이토록 후쿠시마에 집착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꿍꿍이일까.


사실 뻔하다. 후쿠시마의 안전성을 증명하고, '일본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일본은 애초부터 도쿄올림픽의 슬로건을 '부흥 올림픽'으로 내걸었다.


정확히 말하면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의 부흥 올림픽'이다.


황폐화된 후쿠시마, 그리고 일본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검은 속내를 '스포츠 정신'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


인사이트(좌) PNAS, (우) YouTube 'kienaiyoru (消えない夜★)'


일본 우익들의 주장은 더욱 강력하다. 우익 단체는 "부흥 올림픽의 정신과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내세워야 한다"며 후쿠시마의 이미지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부터 일본 정부는 '먹어서 응원하자!(食べて応援しよう!)'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방사능 누출 사고 이후 자국민들조차 후쿠시마 지역을 두려워하고, 해당 지역의 농수산물을 꺼리자 위기를 극복하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다.


"이제 후쿠시마는 안전해요! 후쿠시마에서 나고 자란 식품은 먹어도 괜찮답니다! 우리 모두 도웁시다!"


가능한 한 최대한의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 후쿠시마의 이미지를 세탁하던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그 시험대를 전 세계로 넓힌 것이나 다름없다.


인사이트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권하고, 관광지로 홍보하면서 후쿠시마에 방문할 것을 장려한다. 방사능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꼴이다.


결국 도쿄 올림픽은 후쿠시마 홍보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일본의 방사능 위험은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수백년이 지나도 그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의 홍보 모델로 활동하며 후쿠시마 지역 농산물을 꾸준히 먹었던 일본 연예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야마구치 타츠야. 지난 2013년 건강 검진에서 '방사능 내부 피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사이트Facebook 'Katsutaka Idogawa'


피해자는 또 있다. 수두룩하다. 원전 사고 당시 후쿠시마 원전소장이었던 요시다 마사오는 갑작스럽게 '식도암' 판정을 받고 2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사망했다.


후쿠시마현 후타바 지역 읍장이었던 카츠타카 이도가와도 방사능 피폭의 후유증으로 매일 코피를 흘리며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문부 과학성에 따르면 오늘(15일) 후쿠시마현의 일평균 방사능 수치는 9.914μSv/h(마이크로시버트)를 기록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약 180~200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괜찮다!"라고 주장하면서 진실을 왜곡, 은폐하고 있다.


인사이트일본 문부 과학성 홈페이지


언제까지 그 더러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쏘냐.


정녕 자국민 앞에서, 전 세계 앞에서 당당하고 싶다면 떳떳하게 진실을 공개하고 인정하라. 그리고 인류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발걸음이 무엇인지 생각하라.


그렇지 않다면 오는 2020년 7월 24일 개막하는 올림픽은 도쿄올림픽이 아닌 '후쿠시마 올림픽'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