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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의 숨은 영웅들 “남부터 먼저...”

세월호 침몰 직전 소방호스와 커튼을 묶어 탑승객 20여명을 끌어올려 탈출시키고 마지막으로 탈출한 김홍경씨의 사연이 소개돼 큰 감동을 주고있다.

세월호 탑승객 구조의 숨은영웅 김홍경씨(왼쪽), 박영섭씨(오른쪽)의 사연이 소개돼 감동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당시 자신보다 남을 위해 용기있는 행동을 한 영웅들이 소개돼 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제주도에 있는 한 회사에 건축 배관설비사로 취업해 첫 출근을 위해 여객선 편으로 가던 중인 김홍경(58)씨다.

 

김씨는 배가 기울어지던 30여분 동안 주변 사람들과 함께 소방호스와 커튼을 묶어 1층의 학생 20여명을 높이 6∼7m가량의 위층 난간으로 올려줬고 이들은 해경 헬리콥터로 구조됐다.

 

김씨는 정신없던 와중이지만 '2층으로 승객들을 끌어올리면 구조할 수 있다'고 판단, "학생들을 먼저 구하자"고 외쳤다.

 

주변에 있던 젊은 사람들 몇명이 합세, 주변에 있는 커튼을 뜯어 길이 10m가량으로 이었다. 커튼이 모자라자 소방호스로 이어 '구명줄'을 만들었다.

 

구명줄을 1층으로 내려 보내고 여러 명이 힘을 모아 힘껏 줄을 잡아줬고 학생 20여명이 안간힘을 쓰면서 올라왔다.

 

마지막 남은 김씨는 물에 휩쓸리면서도 후미 쪽에서 물속에 있던 한 학생을 구하고 자신은 선수 쪽에 접근한 어선에 의해 겨우 구조됐다.

 

두 번째 주인공은 낚싯배 명인스타호(9.77t) 선장 박영섭(56)씨다.

 

박씨는 16일 새벽 조업을 마치고 귀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수협 목포어업통신국이 오전 9시3분 송신한 긴급 구조 요청 신호였다.

 

병풍도 북쪽 1.5마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박 선장은 바로 뱃머리를 병풍도 쪽으로 돌렸다.

 

침몰하기 직전인 세월호를 보고 잠시 망연자실했던 박 선장은 곧 마음을 고쳐먹고 해경과 함께 구조작업에 참여했다.

 

박 선장은 명인스타호를 세월호 바로 옆으로 몰아 바다로 뛰어내린 승객 27명을 배에 태웠다. 구조된 승객들은 바닷물에 흠뻑 젖은 채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분들 심정은 제가 잘 압니다. 배가 침몰하면 '이렇게 죽는구나'하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뱃사람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섬에서 태어나 평생 바닷일을 하며 살아온 박 선장은 수차례 어선 침몰 사고를 겪었다.

 

"저도 침몰사고 피해잡니다. 제가 젊을 때는 지금처럼 좋은 배가 없었어요. 나무배를 타고 바닷일을 하다 보니 침몰도 몇 번 겪었습니다. 떠올리기도 싫은 기억이지만 그때는 '정말 죽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라고 박 선장은 전했다.

 

"도저히 말을 걸 수 없었습니다. 모두 넋이 나간 것 같은 표정이었고 몸을 가눌 힘조차 없어 보였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분들을 최대한 빨리 항구로 옮기는 것뿐이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선장은 27명의 조난객을 태운 채 전속력으로 내달려 1시간여 만에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뭍에 발을 디디고서야 세월호 승객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박 선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7일 오전 통화한 박 선장은 이날도 세월호가 침몰한 현장에 나가 있었다. "실종자가 발견되면 손을 보탤 일이 있을까 해서…"라고 했다.

 

"아직 200명도 넘는 사람이 갇혀 있다고 합니다. 생존자가 있으면 얼마나 무서울까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박 선장의 명인스타호 외에도 사고 당일 구조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달려온 어선은 20여척에 이른다.

 

이들은 해경과 함께 바다로 뛰어든 승객 50여명을 구조했다. 생계를 중단하고 달려온 어선들 덕에 그나마 인명피해가 줄어든 것이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