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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제약사들.. 염색약·음료 매출 다수

이름은 분명 제약회사인데 매출은 생수나 기능성 음료, 비타민, 염색제 등 의약품이 아닌 다른 것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무늬만 제약사'들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광동제약의 비타500 광고장면


'제약사야, 음료회사야(?)'

이름은 분명 제약회사인데 매출은 생수나 기능성 음료, 비타민, 염색제 등 의약품이 아닌 다른 것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무늬만 제약사'들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곳이 광동제약과 동성제약.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광동제약은 매출 4670억원 중 27%인 1250억원이 생수 판매로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비타500과 옥수수 수염차 등 음료판매 매출도 1400억원을 넘어 매출 30% 이상을 차지했다. 제약과 관계없는 매출이 57% 이상이나 되는 것. 

광동제약은 우황청심원과 쌍화탕 등 의약품을 주로 제조하던 회사였지만 2000년대 초반 비타500이 인기를 끌면서 기능성 음료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후 옥수수수염차와 헛개차 등을 내놓고 2012년부터는 제주 삼다수까지 유통하며 사실상 음료회사로 변신했다.

광동제약은 기능성 음료 및 생수 판매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7위 제약사에 오르는 성과도 보였다. 이 회사는 기능성 음료 판매로 벌어들인 돈을 신약개발 등 제약 부문에 투자한다고 수년전부터 밝혔지만 실제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동성제약 역시 광동제약과 비슷하다. 동성제약은 회사명에는 제약이 붙었지만 매출의 절반이상이 염색약과 화장품 등 의약품이 아닌 곳에서 발생한다. 특히 세븐에이트와 훼미닌, 버블비 등 염모제 판매에 집중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40%를 넘기는 등 국내 대표적인 염색약 제조회사로 자리잡았다.

정로환 같은 유명 의약품도 만들지만 제약부문의 매출액은 40%대에 머무는 등 제약회사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평가다.

동성제약은 중국 염모제시장에 진출하고 봉독화장품 등을 미주에 수출하는 등 의약품이 아닌 다른 사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적극적인 해외진출에 힘입어 동성제약은 내년에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들 돌파할 것이라는 회사 안팎의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고려은단과 경남제약 등 제약회사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비타민C 등 건강기능식품으로 큰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도 있다. 고려은단의 경우 최근 원산지 표시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마트 반값 비타민 등을 제조하고 있으며 경남제약은 레모나로 유명하다.

이처럼 애초에 의약품 사업에 집중했던 회사들이 다른 분야에 진출한 까닭은 기존 복제약 위주의 의약품 사업 경쟁력이 뛰어나지 못했던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복제약 제조를 기반으로 회사를 키웠지만 오히려 다른 사업에서 매출이 크게 발생하자 잘되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 까닭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이 결국 제약회사라는 명칭을 유명무실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약회사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다른 사업에 집중하는 업체들이 많다"며 "제약사라는 전문 이미지로 인해 음료나 화장품 시장 등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점차 제약업계의 신뢰를 잃는 독(毒)으로 돌아올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