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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내가 자살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선 명탐정은 수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1904년 일어났던 '황씨 부인 살인 사건'을 통해 조선시대 탐정이라고 할 수 있는 '오작사령'에 대해 알아본다.

인사이트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끼익... 끼익..."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시체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스산한 울음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한 여성의 시신. 


도대체 어떤 사연을 품었길래 그리 슬피 우는가.


때는 1904년, 조선 팔도를 발칵 뒤집어지게 만든 사건이 벌어졌다. 경북 문경에서 한 양반가 부인이 죽은 채 발견됐다.


그녀의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상놈 정이문이게 겁탈당할 뻔한 후,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목을 매고 말았습니다"라며 관아에 호소했다.


이에 문경 군수 김영연과 함께 조선판 탐정으로 불리는 '오작사령' 김일남이 수사에 나섰다.


목격자들 심문에서 특별한 사항을 발견하지 못한 김일남은 바로 시체 부검에 나섰다. 그런데 자살이라고 하기에 이상한 정황들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죽은 부인의 옷을 벗겨보니 다리에는 변이 묻어 있었고, 얼굴에는 피멍 자국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머리에는 무언가로 얻어맞은 듯한 상처가 있었고, 시체의 등은 전체가 피멍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맞은 흔적이 틀림없었다.


특히 목에 난 혈흔 자국을 본 김일남은 그녀가 자살이 아닌 타살로 죽은 것임을 확신했다.


조선 후기 법의학서인 '증수무원록(增修無寃錄)'에 따르면 자살일 경우 목에 흉터가 목 앞에서 귀밑 쪽으로 'U'자의 형태를 그리며 생겨야 하는데 사체 목의 흉터는 'ㅡ'자에 가까웠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먼지 자국'도 이상했다.


목매달아 자살한 경우 대들보나 서까래의 올가미 흔적은 한 줄이 아닌데, 줄 자국이 하나만 나 있었다.


이는 죽은 부인이 스스로 목을 맨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고 받은 문경 군수가 죽은 부인의 남편 안재찬을 다그치자 그제서야 남편은 모든 것을 이실직고했다.


자신이 홍두깨로 아내를 때려죽였다고.


인사이트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이 사건은 일명 '황씨 부인 살인 사건'으로 불리며 조선 시대 명탐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사건 해결의 중심에는 '오작사령'이 있었다. 


영화 '조선명탐정'처럼 조선 시대 진짜 '탐정'은 없었지만, 황씨 부인의 억울한 죽음은 '오작사령'에 의해 해결됐다. 


사실 '오작사령' 또는 '오작인'으로 불렸던 이들은 시체를 부검하던 인물들로 죽은 사람의 몸을 만진다는 이유로 하급 관리 중에서도 가장 천한 부류로 여겨졌다.


하지만 남들이 꺼리는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이들이 진정한 조선 시대 '명탐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