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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타고 갔어?" 하늘로 떠난 소방관 아빠 기다리는 4살 딸·10살 아들

10살 아들에게 단 하나의 소원이 있다면, 하늘로 떠난 소방관 아빠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는 것이다.

인사이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마흔이 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소방관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10살 아들, 4살 딸이 있었다.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끝으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버린 소방관 아빠.


아빠가 "삐뽀"타고 출근한 줄로만 아는 어린 딸은 오늘도 문앞에서 아빠가 돌아오길 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방관이었던 매형을 떠나보내며, 그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를 담은 처남의 담담한 편지글 하나가 올라왔다.


매형과 친형제처럼 지냈다는 처남 A씨는 지난 금요일 오전 출근을 준비하던 중 갑작스러운 매형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됐다.


급히 달려간 병원에는 편히 잠들어 있는 매형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흔들면 금방이라도 깨어날 것 같은 매형은 그렇게 눈을 감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삼일장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온 처남의 눈에 어린 조카 2명이 들어왔다.


이제 겨우 10살 난 조카는 빈소에서 물끄러미 아빠 사진을 보며 잘 가라고 손을 흔들곤 했다.


빈소객들이 과자를 사다주면 조카는 이를 아빠 사진 옆에다 올려놓고 "같이 먹자"고 말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A씨의 가슴이 미어졌다. 


장례식이 모두 끝나고 10살 조카가 물었다. "삼촌, 아빠랑 야구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


A씨는 맑은 눈동자로 물어오는 조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한참을 고개 숙여 눈물을 쏟았다.


겨우 울음을 그친 그는 조카에게 "아빠보다 삼촌이 더 재밌게 놀아줄게"라고 약속했다. 그러자 조카는 활짝 웃으며 "정말?"이라고 되물었다.


그 표정을 A씨는 잊을 수 없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장례식장을 지키느라 조카는 며칠간 학교에 가지 못했다. A씨는 "학교 가면 친구들이 왜 안 왔냐고 물을 텐데 뭐라고 답할거야?"라고 물어봤다.


10살 조카는 "현장체험 갔다 왔다고 할 거야"라고 답했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친구들이 놀릴까 봐, 아빠 없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A씨는 또다시 눈물을 쏟아야 했다. 아빠만큼은 아니지만 멋지고 좋은 삼촌이 되어주겠다 고 약속했는데, 그 순간 자신이 없어졌다.


아무리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도 평생 아빠의 존재를 잊지 못할 조카를 생각하면, A씨의 마음은 자꾸만 타들어 간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글 말미, A씨는 사랑하는 조카와 세상을 떠난 매형에게 짤막한 편지를 남겼다.


먼저 조카에겐 "사람들이 아빠가 하늘나라 갔다는 존재를 모를 만큼 삼촌이 잘 보살펴줄게. 항상 건강하고 밝게 씩씩하게만 자라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어 하늘에 있을 매형에게 "생전에 누나를 참 많이 아껴주고 보살펴줘서 고마웠어요. 조카들 걱정은 마세요. 제가 매형 몫까지 최선을 다해 보살필게요"라며 편히 눈 감길 기도했다.


종종 보러 가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잘 계세요'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A씨는 글을 마쳤다.


소방관 아빠가 어떤 연유로 세상을 등지게 됐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소방관 아빠에겐 남은 아내와 자식을 그 누구보다 든든히 지켜줄 또 한 명의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이 편지가 부디 하늘에 닿길, 많은 이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래는 처남 A씨가 소방관 매형을 생각하며 쓴 편지 전문이다.


저번 주 금요일.

아직 마흔도 되지 않은 사랑하는 매형이 떠났습니다...

누나와 같은 소방서에서 만나 사랑하는 조카 10살 아들과 4살 딸을 두고 저 멀리 떠났습니다..

금요일 오전 출근 준비 중 전화를 받고 설마설마 하며 믿지 않았는데..

입관 때 본 편안히 잠들어 있던 매형 모습...

일어나라고 왜 여기 누워계시냐고 흔들면 금방이라도 자다 깬 것 처럼 일어날 듯 보였는데..

그렇게 발인까지 하고 매형이 그토록 보고싶어 하던 매형 아버지 곁에 모셔드렸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갑작스레 떠날 수 있는지요..

4살 조카는 아빠가 삐뽀간 줄 알고 있습니다.. 영영 돌아오지 않는 출근....

삼일장 중간중간 10살 조카가 아빠 사진 보면서 잘 가라고.. 손도 흔들고..

조카가 울지 않게 지인들이 과자 사주면 잘 먹다가도 하나씩 아빠 사진 앞에 놓으며 아빠랑 나눠먹을거라고...

너무 가슴이 메어졌습니다..

메어졌다는 표현이 부족 할 만큼 제가 숨을 쉬지 못 할 정도로..


식을 다 마치고 10살 조카가 울면서 제게 묻더군요..

아빠랑 야구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냐고..

뭐라고 말을 해줘야할지 몰라 그저 고개 숙이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렇게 울다 조카와 약속 했습니다.

아빠보다 삼촌이 더 재미있게 놀아주겠다고.. 조카가 활짝 웃으며 정말? 이라고 묻는데 그 모습이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만큼 눈물이 터지더군요..

어제는 제가 물어봤습니다.

학교 가면 친구들이 왜 학교 안왔냐고 물어볼텐데 뭐라고 대답할거냐고 했더니 현장체험 갔다왔다고 할거랍니다..

사실대로 얘기하면 친구들이 놀릴까봐....아빠없다고 생각할까봐.. 말을 안할거랍니다..

그 말 듣고 집 밖으로 나가 혼자 미친사람 처럼 흐느꼈습니다..

저와 잘 놀다가도 멍 하니 가만히 있고.. 아빠보고싶어... 말 하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삼촌이 아빠역할 해주면 안되냐고.. 힘들겠지만.. 이라고 말 하는데 정말....

아빠만큼 아니, 아빠보다 더 재미있게 삼촌이랑 놀자고 약속 했습니다.

삼촌이랑 더 많은 추억 만들자고.

물론, 안되겠죠..

조카와 매형과의 추억이 정말 너무나 많아서.

그래도 조카와 한 약속이니 만큼 최대한 노력하여 보살피려 합니다.

부모님과 제가 조카와 누나들을 아무 문제 없이 잘 지켜야겠죠...

지금 마음이 너무 많이 아픕니다. 아프다는 표현이 부족할정도로..

제 조카와 누나는 더 하겠죠..

적고싶은 글이 너무나 많은데 이런저런 생각하며 적다보니 글이 뒤죽박죽일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항상 행복하시길...


사랑하는 조카.

언제든 아빠가 보고싶고 아빠랑 말하고싶고 아빠와의 추억이 떠오른다면 천번이고 몇번이고 아빠보러 가자.

삼촌이랑 아빠한테 가서 아빠 잘 지내고있냐고 안부 여쭤보자.

조카는 삼촌이 잘 놀아주고 있다고 아빠한테 자랑할 수 있도록 삼촌이 노력할게.

사랑하는 내 조카.

조카 친구들이 사람들이 아빠가 하늘나라 갔다는 존재를 모를만큼 삼촌이 잘 보살펴줄게.

항상 건강하고 밝게 씩씩하게만 자라길 바란다..


매형.

생전에 누나를 참 많이 아껴주고 보살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저희집에 와서도 부모님께 항상 살갑게 대해 주셨고 저도 참 고맙습니다.

처음 소식 접했을 땐 정말 아무생각 들지 않을만큼 원망스러웠는데 진심을 다 한 기도를 드리고 나니 이제 숨을 쉴 수 있을 듯 합니다.

조카들 걱정은 마세요.

제가 매형 몫 까지 최선을 다 하여 보살필게요.

그저, 언젠가 조카가 그토록 보고싶어 하는 매형을 언젠가.. 보게 된다면 조카를 웃으며 안아주세요.

조카는 지금 저와 마찬가지로 소원이 아빠를 되살리고 싶은 만큼 매형을 보고싶어 합니다.

종종 매형 뵈러 갈게요.

잘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