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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얼굴로 '선조·광해군'을 모두 유혹한 궁녀의 비결

영리함과 뛰어난 계략으로 조선 임금의 마음을 사로잡아 2대 연속 승은상궁에 오른 여인이 있었다.

인사이트영화 '광해'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조선의 3대 요부(妖婦)로 불리는 여인이 있다.


장녹수(張綠水), 정난정(鄭蘭貞), 김개시(金介屎). 여기서 김개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김개시. 이름이 독특하다. '시(屎)'가 '똥 시'이기 때문에 흔히 '김개똥'이라고 불린다.


이름만 들으면 조금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조선 팔도를 뒤흔들고 권력을 좌지우지한 '왕의 여자'이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피난 길에 선조의 승은을 입어 입궁한 김개시는 어린 나이에도 임금의 총애를 받아 승은상궁이 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간신'


'인조실록' 1년 9월 14일자 기록에 따르면 선조는 김개시의 이름을 '가히(可屎)'라고 지어주기도 하면서 자주 동침할 정도였다.


그런데 김개시의 매력에 빠진 인물은 궁궐 안에 또 있었다. 바로 선조의 아들 광해군이었다.


세자 시절 김개시와 첫 인연을 맺은 광해군은 비슷한 또래였던 김개시와 의지하며 지냈고, 김개시도 마찬가지였다.


비극은 선조와 광해군의 사이가 틀어지면서부터 시작됐다.


인사이트영화 '광해'


선조는 광해군을 미워했는데, 이 때문에 세자 광해군의 곤룡포 색깔을 바꾼 일화도 유명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조와 광해군 사이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김개시는 이 과정에서 광해군의 편을 들기도 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선조의 급사 이후 권좌에 오른 광해군. 결국 김개시는 선조에 이어 광해군의 승은까지 입어 2대 연속 승은상궁으로 등극했다.


그렇게 김개시는 또다시 임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왕의 여자로 자리 잡게 됐다.


선조와 광해군을 사로잡은 김개시는 도대체 얼마나 매력적이었단 말인가. '광해군일기'를 살펴보자.


인사이트영화 '광해'


"김상궁은 이름이 개시다. 나이가 들어서도 용모가 피지 않았으며, 교활하고 계략이 많았다"


광해군 5년 8월 11일자에 기록된 김개시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서 '용모가 피지 않았다'라는 표현은 쉽게 말해 못생겼다는 뜻이다. 최대한 정중하게 표현된 것일 뿐이다.


사실 실록에서는 임금을 제외한 인물의 용모는 잘 표현하지 않는데, 김개시의 용모가 언급된 것을 보면 얼마나 독보적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교활하고 계략이 많았다'라고 적혀 있다.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된 기록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동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면 영리하고 상황 판단이 빨랐던 면이 광해군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애교가 많고 광해군의 곁에서 내조를 잘하기로 유명했다.  


그러던 중 김개시도 권력에 맛을 들이게 됐다. 자신의 특성들을 점점 정치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른바 조선판 '비선실세'라고 불리기도 한다.


정사(政事)에 개입하거나 관직을 돈을 받고 파는 매관매직을 일삼는 등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렇게 권력의 중심에 있던 김개시.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강제 폐위되면서 김개시의 일장춘몽은 끝이 났다.


결국 김개시는 반정군에 잡혀 참수됐고, 광해군도 유배형에 처해진 이후 1641년 음력 7월 1일 승하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