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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없이 곧바로 업무 들어간 구광모 LG회장의 '파격 행보'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꼽히는 LG그룹 새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故 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 상무가 선임돼 40대 총수 시대를 맞았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LG그룹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꼽히는 LG그룹 새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고(故) 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선임됐다.


한마디로 '파격 승진'이다. 1978년생으로 올해 만 40세 상무에서 무려 5단계나 직급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4세대 총수'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LG그룹은 공석이었던 신임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구광모 상무를 선임함에 따라 그룹 내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29일 LG 지주회사인 ㈜LG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구광모 상무에 대한 신규 등기이사 선임안건을 통과한 것은 물론 이사회에서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LG전자


재계 4위이자 자산규모 123조원의 LG그룹을 이끌 구광모 신임 대표이사 회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지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영동고등학교와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한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했다.


입사 다음해인 2007년 과장으로 승진한 구광모 회장은 유학길에 올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대학원 석사과정(MBA)을 밟은 뒤 2009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으로 복귀했다.


북미 시장의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한 구광모 회장은 2013년 귀국해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두루 거치며 제조 및 판매, 기획 관련 업무 경험을 13년간 차곡차곡 쌓으며 경영 코스를 밟아왔다.


올해부터 LG전자의 성장사업 중 한 축인 B2B사업본부의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으로 근무한 구광모 회장은 겸손하고 소탈하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LG그룹


실제 구광모 회장이 LG전자 상무로 근무하던 시절 평소 직원식당에서 동료들과 식사하고 함께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LG 계열사 한 직원은 "수개월 동안 지하 1층에서 마주쳐 얼굴이 익숙해질 때쯤 주변 동료가 '구본무 회장님의 아들'이라고 귀띔해줘 누군지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이는 드라마 속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재벌 후계자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구광모 회장은 또 부하 직원 관리에도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쓸 정도로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하 직원에게 쓴소리해야 할 때면 다른 직원들이 없는 장소로 당사자를 불러 조용히 꾸짖고 동료 직원들과 술자리에서는 자신의 고민을 서스럼없이 꺼내놓고 주변 의견을 귀담아 듣는다고 한다.


이와 같은 구광모 회장의 소탈한 행보는 직원들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청취하기 위한 구광모 회장만의 소통 방식이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LG전자


일을 처리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구광모 회장은 사전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실행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실무진이 미처 생각지 못한 것까지 짚어낸다는 평가다.


이처럼 대리에서부터 착실하게 경영 수업을 받아왔지만 문제는 그 기간이 13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젊은 총수지만 경험이 다른 기업 총수들에 비해 짧다는 것이 구광모 회장에게 있어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또 그룹 오너로서 경영 능력을 입증할 만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구광모 회장의 경영 리더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월 타계한 故 구본무 회장의 경우 20년간 과장과 부장, 이사, 상무, 부사장, 부회장 등 직급을 거치며 다양한 실무 경험을 해왔다.


이에 반해 구광모 회장의 경우 故 구본무 회장과 비교했을 때 경험이 짧다는 점에서 경영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LG그룹


가장 먼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통한 상속 문제 해결이다. 아직 故 구본무 회장의 ㈜LG에 대한 지분 11.28%가 구광모 회장에게 승계 되지 않았다.


故 구본무 회장이 생전 소유하고 있는 ㈜LG 지분을 모두 승계하려면 약 1조원의 상속세를 내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3대 주주로 지분 6.24%를 보유하고 있는 구광모 회장으로서는 故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을 상속 받아야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속세를 해결해야 한다.


경영권 확보가 완료된 후 구광모 회장에게는 현재 부진한 사업부문인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를 당장 해결해야한다는 숙제를 떠안게 된다.


LG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MC사업본부는 12분기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야심차게 출시한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G7 씽큐(ThinQ)'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LG그룹


여기에 LG디스플레이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새로 출범한 구광모 회장에게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과 함께 경영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또 '장자 승계원칙' 고수에 대한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구광모 회장에게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경영 능력 입증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편 구광모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곧바로 정상출근해 현안들을 챙기면서 미래준비, 인재투자, 정도경영에 중점을 두고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계획이다.


구광모 회장은 이사회 인사말을 통해 "그 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 이라는 자산을 계승 및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광모 회장의 새로운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