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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텔 관리인의 문자받고 나간 19살 딸이 4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2014년 겨울, 졸업을 앞두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19살 딸을 아버지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인사이트

뉴스1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실종 9일째,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진 여고생이 결국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골든타임 48시간을 훌쩍 넘긴 시점이었다.


야산에서 발견된 여고생의 시신은 처참했다. 무더위 때문에 부패가 상당히 진행됐으며 머리카락도 잘린 상태였다.


그동안 경찰은 수많은 인력과 헬기, 드론, 잠수부, 탐지견 등을 동원해 여고생을 찾아다녔다.


마을 주민들도 밭일을 제쳐두고 실종자 수색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유는 단 하나, 너무나 어린 생명이 쉬이 꺼지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살아만 있으라" 전 국민이 그토록 염원했으나 여고생은 옷가지 하나 걸치지 못한 채 누군가에 의해 짧은 인생을 마감했다.


조금만 더 빨리 찾았다면 어땠을까. 딸을 애지중지 키웠다는 아버지는 통한의 눈물을 쏟아야 했다.


인사이트SBS 


4년 전, 이미 우리에겐 강진 사건처럼 범행 가능성을 두고도 끝내 해결하지 못한 가슴 아픈 실종 사례가 있다.


2014년 1월에 발생한 청주 여고생 이다현 양 실종 사건이 그렇다. 당시 졸업을 앞둔 이 양은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외출한 뒤 연락이 끊겼다.


휴대폰 위치추적은 물론 인근 CCTV를 모두 뒤졌지만 별다른 행적을 찾지 못했다. 그때 이 양이 50대 남성 한모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경찰 눈에 들어왔다.


한 씨는 이양 이 취업 준비로 4개월간 살았던 고시텔 관리인이었다. 그는 이양에게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고, 3시간 뒤 해당 고시텔 CCTV에서 이 양의 모습이 포착됐다.


곧바로 한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수사망이 좁혀오자 그는 2주 뒤 인천의 한 공사장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없었다.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양은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인사이트이다현양 실종사건을 다룬 궁금한 이야기Y 방송 캡처 / SBS '궁금한 이야기Y'


당시에도 경찰의 미흡한 초동 대처와 실종 사건 시스템의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4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도리어 2012년 5만건이었던 18세 이상 실종신고 사례는 2015년 1만 3천여건 이상 늘어 6만여 건을 넘어섰다. 이중 1700여건이 미해결로 남았다.


신고번호 '182'라는 실종수색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관할 경찰서에 사건을 분배하는 것 외엔 역할이 전무하다.


장기실종으로 가면 상황은 더 열악해진다. 지난해 기준, 전체 17개 지방청 중에서 장기실종전담팀이 있는 곳은 단 1곳뿐이었다.


아동 실종자가 아니면 대부분 '단순 가출'로 치부하는 경찰 내 분위기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강진도 청주도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면 수사 자체가 미뤄졌을 것이다. 


살인, 성폭행 등 강력사건에 밀려 어느새 박스에 담긴 채 창고에 박혀 있는 장기실종사례들,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인사이트실종자 이다현 양 / 사진 제공 = 청주 청남경찰서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실종자 수색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아동과 성인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영국, 미국 등은 한곳에서 일괄적으로 실종 사건을 관리하고 있다.


소속도 중앙정부 직속이다. 이는 발 빠른 초동 대처를 가능케 한다.


일일이 지역별로 분류할 필요도 없고 한 번에 피해자부터 유력 용의자까지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


무엇보다 사람이 많아야 빨리 찾을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간과하지 않는다.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인력 충원에 차일피일하는 우리네와 다르다.


실종수사팀에 상시적으로 250여명을 투입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눈여겨 봐야 한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매일 한남대교를 지나다 보면 눈에 밟히는 현수막 하나가 있다.


"우리 딸 송OO 좀 찾아주세요" 1999년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아버지가 서울 도심 곳곳에 걸어둔 것이다.


20년 가까이 걸려 있었다기엔 전혀 색이 바래지 않은 현수막. 알고 보니 아버지는 1년에 한 번씩 새 현수막으로 갈아 끼우고 있었다. 


경찰도 포기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사라졌지만, 자식 잃은 부모는 절대 잊을 수 없다. 이양과 송양처럼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실종자들이 너무나 많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반드시 지키겠다던 국가는 꼭 이럴 때마다 사라진다. 언제까지 이를 개인에게 맡길 것인가.


오늘도 소식 없는 자식을 기다리며 늙은 손으로 현수막을 걸고 있을 아버지의 눈물을 이제 나라가 닦아줘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