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했던 딸이 '부모 유전자'로 대장암 걸리자 미안해 눈물쏟은 아버지
3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직장암 3기'를 선고받은 딸을 보며 아버지는 모든 게 당신 탓인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너는 괜찮냐?" 아버지가 딸을 보면 가장 먼저 묻는 말이다.
13년 전 엄마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심각한 뇌종양으로 인지 장애가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2월 둘째 딸이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직장암 3기를 선고 받으면서 한 가족이 암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아버지는 이 모든 게 당신 탓인 것만 같아 "미안하다"며 딸들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지난 8일 방송된 EBS '메디컬다규-7요일'에서는 암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최영민씨 가족의 사연을 전했다.
올해 35살인 영민씨는 지난 2월 직장암 3기를 선고받으면서 1주일에 다섯 번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이미 종양은 주변 장기로 퍼졌고, 종양이 너무 커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다.
영민씨의 경우 유전성 질환으로 암을 얻게 됐다. 13년 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다.
가족성 질환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이른 나이에 암이 찾아올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영민씨의 마음을 더욱 쓰이게 하는 건 바로 아버지다. 아버지는 영민씨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교모세포종'이라는 악성 뇌종양을 앓고 있다.
뇌에 퍼진 종양 때문에 인지능력이 점점 떨어져 아버지는 가끔 딸들의 부름에도 대꾸하지 않는다.
운동 장애, 시력 장애까지 겹쳤다. 얼마 전 두통이 더욱 심해진 아버지. 검사 결과 1년에 2mm 정도 자라는 종양이 아버지 머리에선 보름 새 1cm나 자랐다.
다행히 수술이 잘돼 고비는 넘겼지만 쉬이 마음을 놓을 수 없는게 딸의 마음이다.
이런 아버지와 아픈 영민씨 곁에는 든든한 큰언니 희선씨가 있다.
가족이 아프다는 소식에 곧장 호주에서 귀국한 희선씨는 병원과 집을 오가며 동생과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아버지는 이런 두 딸에게 미안하기만하다.
자신이 제대로 된 가장 노릇을 하지 못해 아내도 떠나보내고, 둘째딸도 아프고, 큰딸을 희생시키는 것만 같아 가슴이 먹먹해온다.
결국 아버지가 눈물을 쏟자 큰딸 희선씨는 환하게 웃으며 "(우리) 낳아서 잘 키웠잖아. 직장도 보내고 학교 다 보내고"라며 도리어 위로를 건넨다.
아버지가 "너희들이 잘 커줘서 고맙지"라고 말하자 딸은 "아빠가 잘 키웠으니까 컸지. 아빠가 우리 잘 키웠잖아요"라고 아버지를 다독였다.
암이라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아버지와 영민씨,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희선씨.
비록 힘든 나날의 연속이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는 단단하고 끈끈한 가족애가 이들의 앞날을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