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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일본에서 '투명 음료'가 인기 있는 가슴 아픈 이유

일본에서 투명한 색깔의 음료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는 일본의 특이한 문화가 숨겨져 있었다.

인사이트(좌) Instagram 'umisirinat', (우)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사이다처럼 투명한 색에 청량감 넘치는 레몬 향이 매력적인 '코카콜라 클리어'.


코카콜라재팬이 지난 11일 출시한 투명한 콜라 '코카콜라 클리어'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독특한 색깔로 유니크함을 더하고, 한 모금만 마셔도 상큼하고 시원해 의외로 맛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코카콜라 클리어'를 마셔본 누리꾼들은 "처음 맛보는 맛이다. 레몬 맛이 상큼하다", "투명한 색깔에 놀라고, 생각보다 맛있어 두 번 놀랐다"고 후기를 남겼다.


일본에서 투명 음료가 출시돼 인기를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사이트Instagram 'shigotonadeshiko'


지난 5월에는 '무지방', '무카페인'으로 물처럼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투명 라떼인 '클리어 라떼'가 출시됐다.


단맛이나 커피 향은 기존의 커피 제품보다는 다소 덜하지만, 컵에 음료를 따르면 물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투명해 신기하고 재밌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유독 일본에서만 투명 음료가 출시되고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이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예쁘다", "신기하다", "독특하다"가 주를 이룬다.


반면 일본 현지의 반응은 결이 다르다. 일본 사람들은 "유용하다", "기발하다", "만족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인사이트(좌) lineblog.me, (우) Soranews24


유용하다? 투명한 음료가 유용하게 쓰이는 상황이 있다니. 여기에는 일본 사람들이 말하지 못하는 슬픈 이유가 숨겨져 있다.


일본 사회문화적 특성 중 가장 독특하면서도 일본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이 '집단주의' 문화다.


물론 개인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일정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 이상으로 집단의 힘이 작용한다.


일본 사회에서는 언제나 집단이 개인에 선행한다. 개인은 집단 안에서 나서는 것을 싫어하며, 집단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생각이나 성향, 본심을 숨겨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말로는 "だいじょうぶです(괜찮습니다)"라고 하지만, 이는 겉치레일 뿐이다.


인사이트Instagram 'youngdon tv'


이런 맥락에서 일본인들은 학교나 회사에서 혼자 커피, 음료수를 마시는 것에 매우 신경을 쓴다.


"나 혼자 마시는데 괜찮을까? 너무 튀지는 않나?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이런 생각들이 개인을 지배한다.


이런 일본인들에게 투명 음료는 안성맞춤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투명 음료를 마시면서도, 물을 마시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렌드종합연구소 후쿠다 유이(福田結生) 연구원은 지난 13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투명 음료가 인기 있는 이유는 겉보기에는 물처럼 보여 직장 내에서 동료나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타인을 지나치게 신경 쓰고 민폐에 민감한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로 인해 투명 음료가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일본 사회문화적 특성과 일본인들의 심리를 연구한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는 저서 '국화와 칼'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의 바르고 조용한 성품 속에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이중성이 있다"


집단주의 문화가 개인을 억압하고, 그 결과 개인은 겉모습과 행동이 본심과 다른 이중성을 보이게 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