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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트라우마로 친구가 '자해'할 때마다 달려가 꼭 안아주는 댕댕이

365일 꼭 붙어 다니며 서로의 곁을 지키는 댕댕이 '러키'와 '하루'의 사연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인사이트

사진 제공 = B씨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어릴 적 학대받은 트라우마로 자신의 꼬리를 물어뜯는 강아지 '러키'.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러키는 으르렁거리며 모두를 경계한다.


하지만 이런 러키 곁에는 매일 밤 다가와 따뜻한 품으로 꼭 안아주는 강아지 '하루'가 있다.


365일 꼭 붙어 다니며 서로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 러키와 하루의 사연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작은 몸집에 짤막한 꼬리를 지닌 러키가 처음 발견된 건 지난해 1월 부산의 한 공사장이었다.


인사이트계속된 자해로 상처가 생긴 러키의 꼬리 / 사진 제공 = B씨 


당시 시민이 다리 한쪽을 절뚝거리는 러키를 구조해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애견훈련소에 맡겼다.


돌봐줄 사람이 없이 4~5개월을 이곳에서 지낸 러키는 매일 새벽 자해 행동을 멈추지 않아 훈련소 직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러키는 발가락뼈 3개가 사선으로 싹둑 잘린 상태였다. 수의사는 누군가 일부러 자른 것 같다며 학대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발바닥도 거의 너덜너덜해진 상황. 수술로도 방법이 없어 러키는 평생 몸의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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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애견훈련소 생활 당시 러키의 모습 / 사진 제공 = B씨 


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꼬리를 물어뜯는 러키의 자해 행동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러키의 사연을 알게 된 현재 임보자 A씨가 입양 전까지 러키를 돌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처음 러키의 사연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B씨는 A씨를 도와 함께 러키를 돌보기로 했다.


그렇게 러키는 훈련소를 떠나 지난해 6월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A씨 집으로 오게 됐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러키를 데려왔지만 녀석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하루종일 꼬리 쪽을 보며 짖고, 물어 뜯고, 으르렁거렸다.


새벽이 되면 행동은 더욱 심해졌다. 훈련소에서 행동교정도 받고 약도 먹였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꼬리를 물어뜯지 않도록 단미 수술을 해야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B씨 


사실 A씨는 이미 반려견 하루를 키우고 있었다. 하루 역시 보호소에서 입양한 아이다.


A씨는 러키 혼자 두는 게 더 좋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임시보호를 하는 동안 하루를 동생집에 맡겼다. 


어느 날 A씨가 하루를 잠시 집에 데려올 일이 있었는데, 그때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러키가 자해행동을 하자 멀찍이 떨어져있던 하루가 한달음에 달려와 러키의 행동을 막은 것.


인사이트사진 제공 = B씨 


이후 하루는 잠을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러키에게 이상 증세가 생기면 귀신같이 다가와 러키가 진정될 때까지 다독여줬다.


러키의 잦은 으르렁거림이 '아파서'라는 걸 하루는 아는 듯했다.


하루의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한번 자해를 시작하면 1시간 가까이 이어졌던 러키의 행동은 하루 덕분에 조금씩 그 시간이 줄어들었다.


여전히 러키는 치료약을 먹고 있지만 지금의 변화처럼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녀석 모두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하고 홀로 남겨져야 했던 상처가 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오늘도 서로의 곁을 지키는 러키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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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사진 제공 = B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