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데이트 통장'에서 돈 빼서 집안 살림 채우고 있어요"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좌) gettyimagesbank (우)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도 서로를 예민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그는 바로 '돈' 문제다. 함께 맛있는 밥을 먹고 후식으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재밌는 영화도 한 편 보고 나면 몇 만원은 그냥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 때문에 많은 커플이 돈 문제로 갈등을 겪지 않기 위해 '반반씩' 부담하자는 의미에서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 비용을 해결하곤 한다.

그런데 나의 연인이 함께 모은 데이트 통장의 돈을 마치 자기 돈인 것 마냥 마음대로 펑펑 써댄다면 기분이 어떨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데이트 통장에 쌓인 돈으로 집 살림을 사는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한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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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의 주인공 A씨는 남자친구 집에서 데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리를 해주는 걸 좋아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이번 달에도 4번 있었던 데이트 중 3번을 그의 집에서 보냈다.

A씨는 남자친구가 요리를 해주는 게 고맙긴 했지만 매번 장을 보는 비용이 그에게 부담일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A씨는 걱정스런 마음에 남자친구에게 "매번 요리해주기 힘들 텐데 그냥 밖에서 보자"고도 해봤으나 그 때마다 남자친구는 "밖에서 사먹는 것 보다 내가 요리해주는 게 더 좋지 않냐. 난 괜찮다"며 고집을 부렸다.

결국 A씨는 남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 반, 고마운 마음 반을 가진 채 그의 집에서 데이트를 이어가던 어느 날 어이없는 사실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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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남자친구가 장을 볼 때마다 데이트 통장의 돈을 쓰고 있었던 것.

그의 집 식탁 위에 놓인 영수증을 보니 저번에는 이만 몇 천원, 그 다음은 4만원, 심지어 거의 6만원어치의 장을 본 적도 있었다.

A씨는 도대체 무슨 재료를 샀기에 매번 이렇게 돈이 많이 나왔나 싶어 영수증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수증 리스트에는 식재료가 아닌 생뚱맞은 물품들이 적혀있었고 A씨는 너무 황당해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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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휴지, 치약, 쓰레기봉투 등등 A씨의 남자친구는 자신이 필요한 자취용품들을 모두 데이트 통장의 돈으로 사고 있었다.

A씨는 그 동안 남자친구가 굳이 자신의 집에서 데이트할 것을 고집 피운 게 이것 때문인가 싶어 너무 괘씸하고 화가 치밀어 곧장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잠시 후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남자친구가 보낸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왜 그냥 집에 갔어~ 내가 맛있는 거 해주려고 열심히 장 다 봐놨는데. 다음 주에도 우리 집에서 볼 거지? 내가 또 장 봐놓을게~"

A씨는 남자친구에게 너무 정이 떨어져 헤어지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