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콩나물국밥 먹고 7600원 없었던 아빠가 올린 글
딸과 콩나물국밥 두 그릇을 시켜먹고 지갑이 없어 망신을 당하게 된 한 아버지의 사연이 공개됐다.
[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생각지도 못한 '인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또 다시 그곳에 발길이 가도록 만든다.
재방문한 식당에서 반가운 웃음으로 또 왔냐며 넉넉히 챙겨주시는 밑반찬에 손님은 이제부터 '단골'이 되기로 결심한다.
물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주인장의 정이 손님에게 당연히 베풀어야 할 덕목은 아니다.
그러나 넉넉한 인심이 사람의 마음에 진한 감동을 주는 건 사실이다.
이와 반대로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는 가게 주인의 박한 인심은 자주 들르던 손님들의 발길을 뚝 끊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 17일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식당에서 딸아이와 밥을 먹으러 갔다가 망신을 당하게 됐다고 하소연하는 한 아버지의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의 주인공 A씨는 오랜만에 딸과 가끔 가던 콩나물 국밥집을 찾았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3,800원짜리 국밥 두 그릇을 시켜 먹고 계산을 하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런데 주머니에 들어있어야 할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크게 당황한 그는 딸에게 혹시 비상금이 있는지 물었지만 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주인아주머니에게 사정을 말하고 돈을 계좌이체로 보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온 것도 아니고 가끔 오던 가게이니 서로 얼굴도 알고 사정을 잘 설명하면 이해해주시리라 A씨를 그리 믿었다.
A씨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죄송하지만 제가 실수로 지갑을 놓고 왔다. 지금 바로 계좌이체로 돈 보내드릴 수 있으니 계좌번호 좀 알려 달라"라며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주인 아주머니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주인의 태도에 아까보다 더 크게 당황한 A씨는 "계좌번호가 없으면 통장번호라도 알려 달라"고 했으나 주인 아주머니는 이전보다 더 차가운 표정으로 "통장도 없다"고 쏘아붙였다.
주인이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그의 짜증이 가득한 눈빛에서는 '돈도 없는데 왜 밥을 시켜먹고 난리냐'는 속마음이 느껴졌다.
난감해진 A씨는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딸아이에게 집에 가서 지갑을 가져올 것을 부탁했다.
딸이 그러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마침 계산을 하려던 다른 손님이 자신이 대신 계산을 해 줄 테니 계좌이체로 돈을 보내 달라고 했고, A씨는 그 자리에서 그에게 돈을 보내주고 사건은 일단락됐다.
주위를 둘러보니 주인은 여전히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과 딸을 쳐다보고 있었고 손님들의 수군거림에 A씨는 얼굴이 뜨거워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는 그 가게에 들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A씨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