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약속하고도 묻지 않고 일회용컵 주는 커피전문점들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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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매장에서 마시고 갈 거예요"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주문한 커피가 투명한 일회용 컵에 담겨 나왔다. 직원에게 건네받은 커피를 들고 자리로 돌아가려는 찰나 계산대 앞에 붙어있는 '매장 내 일회용 컵(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의아한 마음에 직원을 다시 쳐다보니 그는 뭐가 문제냐는 눈빛으로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이내 그 상황이 머쓱해진 기자는 후다닥 자리로 향했다.


지난 1일부터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여전히 매장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유명 커피전문점 한 곳을 방문해 살펴 본 결과 매장 내 대부분의 사람들 앞에는 일회용 컵이 놓여있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면적 33㎡(약 10평) 이상일 경우 매장 내에서는 무조건 머그컵 등 다회용 컵이나 종이컵을 사용해야 한다. 일회용 컵은 테이크아웃 이용 고객에게만 제공할 수 있고 이를 어길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실 이 정책은 1994년 시행됐다. 그러나 커피전문점이나 소비자들 모두 이런 법이 있는 지조차 모를 정도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4월 재활용품 업체들의 재활용 쓰레기 수거 중단으로 인해 '분리수거 대란'이 일어나자 정부가 재활용품을 줄이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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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24일 주요 커피전문점 16곳과 자발적 협약을 맺어 매장 내에선 다회용 컵을 우선 제공하고, 텀블러 등 개인 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게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 16곳은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파스쿠찌, 이디야, 탐앤탐스커피, 투썸플레이스 등이며 패스트푸드점 5곳은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KFC, 파파이스 등이다.


커피전문점들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이 사실을 알리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에 참여한다고 홍보했다. 누구보다 환경 보호에 앞장 설 것 같은 태세였다. 


그런데 커피전문점들은 정작 정책이 시행된 지 한 달도 안 돼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원들은 고객이 주문할 때 매장에서 마시고 갈 것인지에 대해 묻지 않을 뿐더러 매장에서 마시고 간다고 해도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줬다.


기자가 들린 여러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들 모두 상황은 비슷했다.


이 같은 커피전문점들의 말과 행동이 다른, 앞뒤가 다른 두 얼굴의 행보에 일회용품 사용 금지 협약은 유명무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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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전히 매장 내 일회용 컵이 만연하게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피전문점들은 머그컵 개수 부족, 파손에 따른 위험, 도난 우려, 또 업무 효율과 인력난 등 현실적인 문제를 토로하고 있다.


또 서비스 정신을 중시하는 커피전문점들은 '일회용 컵에 달라'는 고객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호소한다.


커피전문점 한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매장에서 마시고 갈 거라고 하는 고객이라도 싫다고 하는데 끝까지 머그컵을 권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사람이 미친 듯이 많은 피크 타임에는 머그컵 사용 여부에 대해 물었다가 고객들로부터 짜증 가득한 핀잔을 듣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커피전문점들의 이 같은 변명에도 매장 내 무분별한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집중 점검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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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환경부는 이달 20일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와 함께 일회용 컵 사용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매장 직원이 고객 의사를 묻지 않고 일회용 컵을 제공하는 경우 등이 단속 대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 커피전문점들이 적극적이다 못해 전투적인 태세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장을 방문한 모든 고객에게 머그컵 사용을 필히 권유하고 안내 포스터를 고객들이 잘 볼 수 있는 곳곳에 배치하는 등 안내에 더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회용 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강력한 처벌을 해야한다는 것.


단속과 적발을 강화하고 규제를 어길 경우에는 매장뿐만 아니라 일회용 컵을 사용한 고객들에게까지 과태료를 물리는 등의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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