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네 다리 소울 프렌드를 만난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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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고양이 집사가 된 사람들은 슬플 때 종종 "냥님에게 위로받았다"라고 말한다.


마음에 난 상처 치료 전문가 고양이의 위로는 대부분 비언어적인 '행동'에 집중되어 있다.


조용히 옆에 앉아 온기를 나눠주거나, 솜뭉치 같은 발로 토닥이고, 눈물을 핥아주기도 한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집사들은 이 행동으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위안 받았음을 고백한다.


동류의 생물인 사람에게서 받을 수 없는 위로를 고양이는 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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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고양이만 그런 것도 아니다.


강아지나 새, 원숭이, 송사리 등도 충분히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다.


실제로 저자 엔도 슈샤쿠는 일상을 살며 수많은 동물들을 통해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다롄에 살던 어린 시절 부모님의 싸움을 피해 길에서 만난 검둥개 덕분에 암울한 시기를 견뎠다.


부모님의 이혼이 결정되고 일본으로 떠나던 날 마지막까지 자신을 따라오던 검둥개를 슈사쿠는 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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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를 마지막에 놓고 왔던 미안함이 한으로 남았던 그는 '동물기'를 쓸 수 있을 정도로 평생 수많은 동물들을 기르게 된다.


의젓한 숙녀 같은 개 흰둥이, 혈통서까지 있는 주제에 남의 집 속옷을 훔쳐오고 아무데서나 똥을 싸지르는 개 먹보.


본인은 성숙하지만 게으른 길고양이 남편에 빠져 모든 걸 바치는 검은 암고양이, 병실에서 남의 한숨소리를 따라 하던 구관조 그리고 수조에서 키우던 송사리까지.


이 외에도 슈사쿠는 키우지는 않았지만 원숭이와 판다, 바이러스에게까지 영감을 받으며 그는 일생 동안 동물과 친숙한 삶을 살았다.


재밌는 것은 그가 동물의 일을 인간 세계에 빗대어 생각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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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고양이들을 슈사쿠는 '그녀'나 '그'로 불렀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분명 동물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어느 순간 진짜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자기 집 우유를 훔쳐가 병든 어미 개에게 가져다 준 수캐를 슈사쿠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만큼 효심 깊은 '효자'라 칭했다.


어느 때는 판다의 교미까지 지켜보는 상황이 과한 사생활 침해라며 '판다의 사생활을 지키는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판다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교미 따위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엔도 슈사쿠에게는 판다 또한 엄연히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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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살다 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견디기 힘든 고통과 좌절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입을 틀어막아도 원망과 좌절의 말이 줄줄 새어나온다.


봇물 터지듯 나온 불평의 말에 주위 사람들은 어느 순간 만나자는 당신을 피하고 바쁘다며 전화를 끊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투덜거려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마지막까지 내 옆에 있어주는 것은 말이 안 통하는 동물 친구뿐. 슬퍼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슈사쿠처럼 네 발 가진 작은 친구를 만났다면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어도 좋다.


인생에서 진정한 친구는 단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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