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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어린이 수천명 때려 죽였다"…日협박에도 '일제 만행' 폭로한 일본인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폭로하고, 한평생 피해자 사죄를 위해 살아온 일본인이 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군함도, 영화로도 개봉하면서 우리에게 꽤 익숙한 이름이다. 일제의 강제징용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도망갈 수도 없는 섬에 갇힌 조선인들은 그곳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며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런데 이 '지옥의 섬'이 비단 일본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부모없는 아이들을 돌본다는 명목하에 어린이들을 데려가 노역을 시키고, 구타하고,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일제의 만행이 대한민국 안에서도 벌어졌다.


선감도, 이른바 '선감학원의 비극'이다.


인사이트KBS


1942년 일제는 경기도 안산 옆에 붙은 작은 섬 '선감도'를 사들여 그곳에 선감학원을 지었다.


원래 섬에 살고 있던 주민들도 대부분 이주시켰다. 일제는 적게는 8살, 많게는 18살 정도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섬으로 데려왔다.


부랑아를 갱생하고 부모없는 자식들을 돌본다는 보기에만 그럴싸한 취지를 내세웠다.


정작 아이들은 교육은커녕 매일 폭력과 강제 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곡괭이에 맞아 살점이 옷에 묻어나고, 옷에 핏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생존자들은 증언했다.


인사이트KBS


성폭행도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굶주림에 시달린 아이들은 뼈를 앙상히 드러낸 채 숨을 거뒀고, 섬을 탈출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죽은 아이들은 겹겹이 쌓여 이름도 모를 뒷산에 암매장 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실제 수용된 아이들 대부분이 부모나 연고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어린 소녀들을 일본군 '위안부'로 끌고 갔던 것처럼 일제는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붙잡아 섬에 강제수용시켰다.


인사이트KBS 


그런데 이러한 끔찍한 만행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인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진실을 알린 사람은 다름 아닌 선감학원 부원장의 아들 이하라 히로미츠(84)씨였다.


이하라씨가 선감학원을 알게 된 건 8살 무렵이었다.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이하라씨는 자신과 달리 매일 수용시설에 갇혀 노역을 하는 또래 친구들을 보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일본이 패망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하라씨는 그때 아이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조국과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해야겠다고 다짐한 이하라씨는 1980년부터 꾸준히 한국을 방문해 자신이 목격했던 선감학원의 실체를 밝히고 알리는 데 앞장섰다.


1989년엔 그날의 일을 생생히 담은 '아! 선감도'라는 제목의 참회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KBS 


일본에서도 그의 활약은 이어졌다. 일부 극우세력들이 이하라씨에게 위협적인 협박을 가하기도 했지만 그는 강연을 여는 등 진실을 알리기 위해 멈추지 않았다.


피해자들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 증언했고, 사비를 털어 위령비 건립도 추진했다.


안산시사편찬위원회 정진각 상임위원에 따르면 이하라씨는 "나는 살았으니 선감학원생의 고통을 내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힘든 직업인 트럭운전사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흔이 넘었을 땐 위령비 건립에 쓸 돈을 모으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일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하라씨는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기 위해 남은 생을 쓰고 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