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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년산 둔갑해 소비자 기만하는 골든블루 '무연산 위스키'의 진실

골든블루 '무연산 위스키'가 연산이 명확히 표기된 위스키와 가격 차이가 나지 않아 소비자들을 호갱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골든블루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국내 위스키 시장의 침체로 위스키 업체들이 위기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無)연산 저도주' 위스키가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숙성 연수가 표기되지 않은 '숙성 연수 미표기(NAS, No Age Statement)'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연산이 명확히 표기된 위스키와 가격 차이가 나지 않아 소비자들을 호갱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위스키로 토종 위스키업체 골든블루가 제조, 판매하고 있는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와 같은 '숙성 연수 미표기' 제품의 가격 적정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위스키는 보통 원액을 숙성한 시간에 따라 연산이 매겨진다. 예를 들어 12년 동안 증류소에서 숙성할 경우 '12년산'이라고 표기하고 17년을 기다렸다면 '17년산'이라고 연산을 표기하는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위스키는 연산이 높으면 높을 수록 가격도 함께 비싸진다.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해서 오크통 속의 위스키 원액이 1년마다 평균 2%씩 자연 증발하기 때문에 연산이 높을수록 가치도 높게 측정된다.


인사이트(좌) 골든블루 '사피루스', (우) 골든블루 '다이아몬드' / 사진제공 = 골든블루


그렇다면 흔히 '무연산 위스키'라고 불리며 단 기간 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국내 위스키 판매 1위 골든블루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 등과 같은 '숙성 연수 미표기' 위스키 경우는 어떨까.


스코틀랜드법에 따라 3년 이상 숙성한 원액만 위스키로 인정하기 때문에 최소 3년 이상 숙성한 원액이 들어가야 위스키라고 부른다. '무연산 위스키' 경우 최소 3년은 숙성한 원액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문제는 기존 위스키 제품들과 달리 '무연산 위스키'는 연산을 표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몇 년 숙성된 원액이 들어가 만든 제품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또 가격면에서 연산이 표기된 위스키 제품 출고가와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 골든블루 '사피루스' 출고가는 2만 6,334원, '다이아몬드' 출고가는 4만 62원으로 임페리얼 12년과 17년 출고가와 거의 동일하다.


민생경제연구소가 국내 시중에 판매 중에 있는 '무연산 위스키' 제품들이 소비자들을 속이고 기만하는 동시에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골든블루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당국에 신고한 이유다.


인사이트


골든블루가 '무연산 위스키' 제품이지만 연산이 명확한 경쟁 업체들의 위스키 제품들과 가격 차이가 없거나 디자인 고급화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 민생경제연구소 측의 지적이다.


비슷한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위스키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제품의 전면 라벨에 '무연산'이면 '무연산 양주'라고 표기하도록 의무화하는 관련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수십년간 위스키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골든블루가 굳이 연산을 표기하지 않은 것은 낮은 숫자가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관장 홍삼도 6년근이 좋다고 숫자를 꼭 찝어 쓰고 있듯이 골든블루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는 몇 년산 원액으로 블렌딩 되었는지, 출고가는 차이가 왜 크게 나는지 물을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지적과 함께 폭리 논란의 중심에 선 골든블루 측은 "폭리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음해"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골든블루


손원범 골든블루 홍보실장은 골든블루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 차이점을 묻는 인사이트 취재진의 질문에 "가격 차이는 블렌딩되어 있는 원액의 숙성 여력에 의한 단가 차이, 추구하는 향과 맛의 차이, 패키지 가격 차이 등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위스키 제품 가운데 연산 미표기 위스키 판매량은 약 91%를 차지하고 있다"며 "좋은 위스키란 본인의 입맛에 맞는 것이지 숙성 연수가 표기된 위스키나 비싼 위스키가 좋은 위스키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골든블루 손원범 홍보실장은 또 "골든블루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는 품질의 우수성, 입맛의 적합성 때문에 기존에 연산을 표기한 제품들과 경쟁 속에서도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성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골든블루는 2009년 골든블루를 출시할 당시 12년과 17년 연산 위스키로 출발했으나 2012년 연산 표시를 없애고 '골든블루 12년'을 골든블루 '사피루스'로, 2014년에 '골든블루 17'년이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로 리뉴얼됐다.


'무연산 위스키'로 전환한 골든블루는 출시 약 8년 3개월이 지난 올해 3월 누적 판매량이 3000만병을 넘어서면서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