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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네 보호소' 철거 시작됐다…하루 아침에 안락사 위기 놓인 유기견 300마리

한나네 보호소에서 겨우 제2의 견생을 살고 있는 300여 마리의 유기동물들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정씨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주인에게 버림을 받고 보호소에서 겨우 제2의 견생을 살고 있는 300여 마리의 유기동물들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대구 동구청의 지속적인 '사용중지' 명령 압박을 버티지 못한 한나네 보호소 신상희(53) 소장이 자체적으로 철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31일 한나네 보호소에 정기적으로 봉사를 간다고 밝힌 정모(28) 씨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신 소장이 동구청의 압박에 못 이겨 자진해서 철거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정씨에 따르면 우선적으로 철거된 곳은 대형견들이 지친 몸을 뉘이고 생활하던 견사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정씨


안락했던 보금자리가 사라진 대형견들은 춥고 좁은 컨테이너에 몸을 구겨넣은 채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이대로라면 중형견과 소형견들이 앞으로 처해질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300여 마리에 이르는 유기 동물들의 터전과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유기 동물들의 보금자리인 한나네 보호소가 존폐의 중대 국면에 봉착한 이유는 대구시 동구청이 동물들의 분뇨 및 무허가 건물 등을 문제로 삼으며 행정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행정처분은 해당 시설 사용중지 명령이다.


다음 달 18일까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강제철거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정씨


보호소가 없어진다면 입양을 가지 못한 녀석들은 또다시 길거리를 떠돌거나 동구청에서 말한 대로 시보호소에 들어가 안락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게 자원봉사자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대구시 동구청 측은 관련 법 위반으로 명령을 내린 것뿐이며, 안락사를 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구청 환경과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에게 "강제로 철거하는 건 아니다. 철거는 소장님이 하고 계신다"며 "우리는 행정지도 차원에서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컨테이너 철거 부분은 건축부서에서 명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애니먼


유기동물을 시보호소로 보내 안락사 수순을 밟게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행정지 소속의 좋은 곳으로 보내려는 것"이라며 "안락사를 시키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정씨는 동구청의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시보호소에서는 공고기한이 있다. 공고기한 내 입양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시 소유가 돼 안락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보호소로 보내려는 것은 안락사시키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인사이트청와대 청원게시판


정씨는 이어 "소장님이 '18일까지 사용중지명령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철거를 시작했다'고 했다"며 "소장님은 물론 아이들이 당장 이동할 곳이 없어 속상하다"고 한탄했다.


한편 수많은 유기동물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한나네 보호소 폐지를 막아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글을 쓴 누리꾼은 "구청에서 보호소를 6월 24일까지 폐지하라고 공고했다"며 "폐지가 되면 갈 곳이 없는 이 아이들은 길거리를 떠도는 신세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도움을 요청했다.


해당 청원은 31일 오후 12시 기준 13만 2,551명의 누리꾼들이 서명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