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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20년 살며 '세금'도 착실히 냈는데, 갑자기 '불법체류자'가 됐습니다"

전산 오류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한순간에 불법 체류자가 된 한 누리꾼의 사연이 공개됐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이트] 석태진 기자 = 한국에서 20년 넘게 발붙이고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불법 체류자가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전산 오류라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유로 실제 이런 일을 겪은 A씨가 있다.


아버지 일 때문에 브라질에서 태어난 A씨는 브라질 국적을 가진 채 한국으로 들어왔다.


당시 11살이었던 A씨는 확 바뀐 환경 속에서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차례로 졸업하고 주민등록증도 발급받으며 어엿한 대한민국의 성인으로 성장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후 직장도 잡고 세금도 꼬박꼬박 납부하면서 A씨는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이 됐다고 자부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떠나게 된 A씨는 자신이 불법 체류자라는 황당하고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11살에 입국해 20년 넘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며 살아온 A씨는 이 사실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출국 금지 조치까지 내려진 A씨는 외교부와 출입국관리사무소, 브라질 대사관 등을 찾아가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국적 박탈 당한 건 돌이킬 수 없다"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알고 보니 만 20세가 되던 해 A씨가 브라질, 한국 가운데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했고 이를 선택하지 않아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이 박탈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단 한 번도 국적 선택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 없고 이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그 쪽이 불운했다고 밖에 말씀 못 드리겠어요"라는 말도 안 되는 답을 내놓았다.


A씨는 국적이 박탈된 후에도 여권을 발급받아 보라카이도 다녀왔고 각종 금융 거래, 의료 보험 등 일반 국민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어처구니없을 따름이었다.


외교부를 찾아가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따졌다. 하지만 외교부는 "설명할 수 없다. 전산 오류다. 어쨌든 당신은 불법체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문화체육관광부


너무나도 황당한 상황에 손이 떨리고 눈물도 흘렀지만 A씨는 국적 회복 신청을 위해 막대한 벌금까지 감수했다.


불법 체류 중 보라카이를 갔다는 이유로 1천 2백만원, 지금까지 혜택받은 의료보험료 환수 7백만원 등을 물며 A씨는 국적 회복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브라질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브라질 대사관 측이 A씨의 국적 포기 신청을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어떤 이유에서인지 브라질 본국에서 국적 관련된 모든 업무를 막아놨고 이 때문에 A씨는 국적 포기 신청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A씨는 국적 포기 전까지는 불법 체류로 구분돼 출국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전산 오류라는 황당한 한 마디에 불법 체류자가 된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 하소연 섞인 글을 게시했다.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A씨의 사연에 누리꾼들은 무능력한 정부 기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현재 A씨는 자신이 자라온 대한민국의 일원이 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 측은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국적 선택 안내는 출입국관리사무소 관할이며 A씨가 지역을 표기하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외교부는 "선천적으로 해외 국적을 갖게된 사람들 가운데 제 때 국적 선택을 하지 않아 한국 국적이 포기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긴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