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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는 사도세자가 밥 많이 먹고 뚱뚱해서 싫어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인 임오화변의 씨앗은 장조의 체격 때문이라는 기록이 확인됐다.

인사이트영화 '사도'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때는 1762년 음력 5월 13일이었다.


해를 품은 달이 궁궐을 비추고 있던 밤,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좀 줄까?"


포도대장 구선복이었다. 구선복과 병사들은 뒤주 옆에서 술과 떡을 먹으면서 누군가를 조롱하고 있었다.


당시 뒤주 안에는 장조(莊祖)가 갇혀 있었다. 며칠이나 이 안에서 지낸 것일까. 장조는 목이 타는 듯한 갈증과 어지럼증으로 의식의 끈을 겨우 붙잡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잘못된 것이란 말이냐...'


인사이트영화 '사도'


27년 전인 1735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궁궐을 덮고 있던 날이었다.


"즐겁고 기뻐하는 마음이 지극하니, 그 감회 또한 깊다"


둘째 아들 장조가 태어나자 영조가 신하들에게 한 말이다. 영조는 7년 만에 얻은 귀한 아들의 탄생을 무척 기뻐했다.


곧바로 최연소 원자로 삼고, 이듬해 역대 최연소 세자에 책봉할 만큼 아끼고 사랑하던 아들이었다.


장조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체격을 지녔다.


인사이트영화 '사도'


신하들은 장조가 100일 되었을 때 "체격이 좋다", "기골이 장대하다"라고 덕담하면서 대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조와 신하들은 장조의 큰 체격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때까지는 말이다.


장조가 성장하면서 큰 체격은 걱정거리가 돼버렸다. 점점 살이 찌고 비만 체형이 됐기 때문이다.


승정원일기를 보면 영조는 "세자가 너무 뚱뚱해 병이 자주 생기는 것 같다"라고 근심했다.


또한 "지난번에 세자를 보니 팔뚝에 살이 찐 것이 나보다 더 하더라",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저렇게 잘 먹으니 어찌 살이 찌지 않겠는가"라고 신하들에게 말했다.


인사이트영화 '사도'


영조의 걱정은 점점 아들을 미워하게 된 감정의 씨앗이 됐다.


1743년 5월 3일, 영조는 아들을 보며 "세자가 숨을 쉴 때 들리는 소리가 마치 바람 소리 같더라. 너무 살이 쪄서 그런 것 같다"며 감정 섞인 말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때부터 영조는 장조의 흉을 보거나 나무라는 모습을 보였다.


피부병의 원인을 비만에서 찾고, 뚱뚱한 외모를 지적하거나 비하했다. 식탐을 억제하지 못 하는 우둔한 인물로 묘사하기도 했다.


비극의 서막이었다. 영조와 장조는 서로에게 등을 돌렸고, 감정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인사이트영화 '사도'


영조는 장조가 글공부를 열심히 해 성군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장조는 무예에 관심, 소질을 보이며 무인이 되고자 했다.


둘의 시각차는 갈등을 고조시켰고, 결국 조선사(史) 최악의 비극으로 결말을 맺게 됐다.


영조는 장조를 폐위시키고 뒤주에 가둘 것을 명한다. 뒤주에 들어가기 전 장조는 영조, 아니 아버지께 고했다.


"제가 죄는 크지만 죽을죄는 무엇입니까?"


"아바마마,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글도 잘 읽고, 말씀도 잘 들을 테니 이러지 마소서!"


인사이트영화 '사도'


영조는 단호했다. 아들의 눈물 어린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게 뒤주에 갇힌 지 8일 만에 세상을 떠나버린 장조. 영조는 그런 장조를 다시 세자의 호칭으로 회복시키며 시호를 내렸다.


사도세자(思悼世子). 생각할 사(思), 슬퍼할 도(悼). 슬픔을 잊지 못하고 늘 생각에 잠긴다는 뜻이다.


그날 밤, 해를 품은 달이 궁궐을 비췄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한국문화재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