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본군에 붙잡혀 '자살특공대'로 몸 던진 24살 조선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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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반딧불이 별을 품은 밤이었다. 오늘따라 반딧불이 가엾어 보인다.


"아주머니, 드디어 내일 출격입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아주머니, 오늘은 노래를 부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좋아요. 어서 불러요"


"그럼 제 조국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고향의 노래. 가슴이 찢길 듯한 슬픔과 비통함에 차마 읊조릴 수 없었다.


더운 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리고 그리운 마음을 담아 노래를 시작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인사이트아리랑연합회


나는 일본 제국 육군 소위다. 이름은 미쓰야마 후미히로(光山文博). 사실 조선인이다.


태어난 곳은 경남 사천이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나는 부모님께 일본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썼다. 어린 마음에 눈물을 글썽였다. 부모님은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다고 나를 타일렀다.


일본에서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심했다. 인간으로서 대우와 존중을 받기란 꿈같은 이야기다.


부모님은 생선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일본인들에게 무시당해도 애써 웃으며 생선을 파셨다. 자식들을 위해서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셨을 게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일본인 경찰이 우리 집에 찾아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인사이트영화 '호타루'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은 나에게 일본군에 입대할 것을 강요했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이 생선가게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우리 가족을 살리기 위한 방법은 내가 일본군에 입대하는 일뿐이었다. 나약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어머니를 끌어안았는데, 내 어깨로 어머니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나도 눈물을 숨기려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렇게 일본군에 입대했다. 그곳에는 나처럼 일본군에 끌려온 청년들이 많았다. 우리들의 눈빛은 그때부터 이미 죽어있었다.


우리의 임무는 가미카제(神風), 신의 바람이라는 뜻이었다. 폭탄이 장착된 전투기를 몰고 연합군 기지로 돌격하는 자살특공대란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일본군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타개책으로 가미카제를 선택했다.


사실 의미는 없는 자살특공대였다. 그저 마지막 저항의 수단이었다. 일본군들은 덴노(てんのう, 일왕)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이 영광이라고 말했다.


출격 전날 밤, 나는 술을 마셨다. 가족과 조국이 그리웠다. 평소 즐겨 찾던 식당을 찾아가 마지막으로 아리랑을 불렀다.


나는 아리랑을 끝까지 다 부르지 못했다. 목이 메었다. 모자를 푹 눌러썼지만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하염없이 울었다.


1945년 5월 11일, 드디어 출격의 날이 밝았다. 담배를 하나 피우고 전투기로 향했다.


"덴노 헤이카 반자이!(天皇陛下万歳, 천황 폐하 만세!)". 


나는 목이 찢어질 듯 외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울부짖었다.


전투기를 몰고 미군 함대로 돌진했다. 그렇게 다시 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내 나이 24살이었다.


그리고 나는 조선 청년, 탁경현이다.


인사이트환구시보


일본군은 가미카제라는 무모한 작전을 수행하면서 청년 수천명의 목숨을 내던졌다. 여기에는 10여명의 조선인이 포함돼 있었다.


탁경현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2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가미카제로 희생된 조선인을 잊고 있었다. 아니, 가미카제에 조선인이 있었는지 모를 수도 있겠다.


그런 사이 일본은 가미카제 자살특공대원들의 유서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고 시도했다.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또다시 등재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인들은 "전쟁의 비참함을 깨우치기 위해 특공대원들의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록문화유산 등재 이유를 들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논란은 뜨겁다. 일각에서는 "국가를 위해 개인을 무참히 희생시킨 가미카제는 반인륜적이다. 그것을 미화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탁경현을 두고 친일파냐, 아니냐는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자는 그 과정과 이유를 막론하고 친일파라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탁경현이 목숨을 잃기 직전까지 고향과 조국을 그리워했다는 점이다.


출격 전날 밤, 아리랑을 마친 그는 입을 열어 나지막이 말했다.


"제가 죽어서 영혼이 있다면, 내일 밤에 다시 이곳에 오겠습니다. 호타루(반딧불)가 되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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