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름 뒤 전 여자친구의 여동생과 결혼을 합니다"

SBS '동상이몽 2 - 너는 내운명'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저는 보름 뒤 전 여자친구의 여동생과 결혼을 합니다"

11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글 하나가 올라왔다.

이 말만 보면 언뜻 나쁜 생각이 들지만, 진실을 깨닫게 되면 두 사람을 축복하게 된다.

사연은 이렇다. 오는 26일 결혼을 한다는 A씨는 2010년 서울대학교 신입생으로 들어갔고,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성격이라 신입생 환영회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쪽 구석에 앉아 야구를 보던 그는 운명처럼 '전 여자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수줍어 하던 A씨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고, 두 사람은 급속도로 교감했다.

A씨는 "우리는 자연스레 연인이 됐고, 그녀와 함께하면서 내 인생이 오롯이 빛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공부만 하던 그에게 찬란한 순간이 시작된 것이다. 

영화 속 연인처럼 행복한 시간만 갖기를 바랐던 둘에게 이듬해 시련이 찾아왔다.

그에게 '입영통지서'가 날아온 것이다. 슬픔을 덜어내기 위해 두 남녀는 2011년 1월 입대 전 새해 첫 태양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는 날, 약속 시간을 칼 같이 지키던 그녀가 오지 않았다. 30분이 넘어도 오지 않자, 그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길었고, 전화를 받은 사람은 그녀의 어머니였다.

"딸 아이가 교통사고로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네. 어서 와줄 수 있겠니?"

그는 한걸음에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응급실에서 밤을 지새며 그녀의 회복을 기도했지만, 그는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다.

tvN '도깨비'

A씨는 "어머님에게 그녀가 내게 주려 했던 '사진'과 '편지'가 담긴 상자를 받았다. 그 상자에는 그녀의 피가 얼룩져 있었다"고 말했다.

슬픔 속에서 그는 군대로 향했다. 복무하는 2년 간 '우울증'을 겪었고, 복학 후에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의 등에 떠밀려 간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서 '전 여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전 여자친구의 '동생'이었다. 얼굴, 목소리, 행동 모두 언니를 쏙 빼닮았기에 그는 혼란을 느꼈다.

동생은 그가 언니에게 군 복무 내내 보냈던 편지를 모두 읽었다고 한다. 동생은 "2년 동안 편지를 읽었기 때문에 몇 년 알고 지내는 사이 같아요"라고 말했다.

둘은 급격하게 가까워졌으나, A씨는 거리를 두기로 했다. 자신이 동생을 통해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영화 '아는 여자'

하지만 동생은 그를 밀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편지를 썼다.

"죽은 언니에게 계속 편지를 쓰는 당신을 보며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언니의 옛 남자친구를 좋아하게 돼 너무 혼란스러웠어요"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나 진심은 숨기지 않았다. 

동생은 "언니는 잠시 마음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우리가 걸을 길을 생각해봐요. 그때 내 옆에서 손잡고 웃어줄 수 있어요?"라고 편지 말미에 적었다.

마지막 말에 그는 머리가 띵해졌다. 사랑받아 마땅한 여자를 언니 때문에 외면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 자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전 여자친구의 동생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간다는 사실에 그는 감정이 벅차올랐다.

영화 '클래식'

그 이후로 6년이 흘렀고, 그녀는 전 여자친구의 동생에서 '예비 신부'가 됐다. 

슬픔 속에서 관계를 시작한 둘은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했다. 서로의 사랑을 통해 남아있던 상처도 모두 씻어냈다.

A씨의 '예비신부'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차라리 자기 전 여자친구가 언니여서 다행이야. 다른 여자였다면 내가 얼마나 질투했을지 상상도 안 가"

"어느덧 우리는 자기가 언니를 만났던 시간보다 더 많이 교감했어. 천국에서 언니를 만난다면, 부끄럽지 않도록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자"

그는 더이상 슬픔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내 사랑 이야기는 '해피 로맨스 영화'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전 여자친구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부인 될 사람에게 헌신하면서 살겠다"며 글을 마쳤다.

'서로 즐기는 연애'라는 미명하에 가볍고 짧은 만남을 반복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진짜 사랑'을 하는 두 남녀의 사연은 충분히 마음을 울리고도 남을 듯하다.

영화 '너는 내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