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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로 죽음까지 함께하며 독재자 '히틀러'를 사랑했던 여인

역사학자들은 에바 브라운을 두고 히틀러와 죽음을 함께한 독재자의 정부, 그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나는 그때를 잊지 못한다. 1929년, 내가 17살 때였다.


우연히 한 남성을 만나게 됐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의 강렬한 눈빛에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라고 소개했다.


독일에서 권력의 정상에 있는 사람이란다. 하지만 난 전혀 몰랐고, 중요하지도 않다. 단지 난 사람으로서 그가 너무 좋다.


그 순간부터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됐다. 40살 아저씨와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지만,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만큼 내 가슴을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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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은 쉽지 않았다. 사실 당시 히틀러에게는 동거녀가 있었다. 하지만 난 기다릴 거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까. 그의 동거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감한 뒤에야 히틀러와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매우 바빴다.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선거 유세를 하느라 얼굴조차 볼 새가 없었다.


매일 밤 그가 돌아오기를 기도했지만, 그에게는 나보다 성공이 더 중요한가 보다. 우울증까지 걸렸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히틀러가 없는 내 삶은 의미가 없었다. 몰래 권총을 구해 자살을 시도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당시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단 한 가지 소원뿐이다. 심하게 병에 걸려 며칠 동안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다"


"어째서 내게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날까. 어째서 나는 이 모든 것을 견뎌야만 하는 걸까. 차라리 그를 몰랐더라면..."


(중략)


"그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만 나를 필요로 한다. 다른 것은 없다. 어째서 그는 나를 이토록 괴롭힐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총상이 심하지 않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히틀러는 나의 이런 행동에 깜짝 놀라 나에게 더 큰 애정을 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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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는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나와의 관계를 숨겼다. 공식 석상은 물론이고 사적인 자리에서도 나를 그저 '비서'로 소개했다. 덕분에 그의 최측근들은 나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히틀러와 단 한 번도 동침한 적이 없다. 그는 언제나 금욕을 강요했다.


그래도 좋았다. 그와 함께할 수 있다면, 어떤 시련과 역경도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다.


그 시련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차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나치의 패배는 누가 봐도 분명했다.


패색이 짙어가던 상황에서 사람들은 나에게 히틀러의 곁을 떠나라고 권유했다. 목숨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함께하고 싶다. 끝까지 그의 곁을 지키겠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나는 미리 유서를 적었다. 


"그가 홀로 남아도 난 끝까지 그와 함께 있겠다.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


결국 1945년 4월 30일, 나는 히틀러와 총통 벙커에서 권총으로 함께 죽음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독재자의 정부(情婦)라고 손가락질했지만 상관없다. 지금 이 순간 그와 함께여서 행복하다.


- 에바 브라운(Eva Anna Paula Braun), 1945년 4월 30일 새벽 4시, 베를린 새벽에 기대어 -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위 내용은 독재자로 악명 높은 아돌프 히틀러의 배우자 에바 브라운의 이야기다.


관련 자료와 증언, 서적 등의 내용을 토대로 에바 브라운의 일대기를 각색해봤다.


역사학자들은 에바 브라운을 두고 히틀러와 죽음을 함께한 독재자의 정부, 그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다만 에바 브라운이 히틀러를 사랑했던 마음은 진심이었다. 죽는 순간조차 그녀는 그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