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이 9급 공무원 시험서 전과목 '0점' 받은 이유

공시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혼술남녀' / tvN '혼술남녀'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공무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본 한 공시생이 받은 점수는 '0점'이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에서 전과목 '0점'을 받아 그 이유를 직접 확인해본 공시생의 글 하나가 올라왔다.

해당 글 게시자 A씨는 "처음으로 공무원 시험을 봤는데 굉장히 오싹한 경험을 했다"면서 "모든 과목에서 '0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과목만 다 틀린 게 아닌, 모든 과목에서 '0점'을 받았던 것. 즉 5과목 총 100문제에서 단 한 문제도 맞히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어찌 된 일이었을까. 아무리 4지 선다 100문제를 모두 찍어서 틀릴 확률은 로또복권 당첨확률(약 814만분의 1) 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찍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렇다면 문제를 풀었다는 이야기인데, A씨는 시험이 끝난 뒤 자신이 적어온 답과 공개된 정답을 맞춰보니 국어가 '75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풀리지 않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고시센터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뒤 답안지를 열람했다.

그는 본인이 마킹한 답안지를 사진으로 공개했다. "많이 작게 마킹하기는 했다. 이 정도로 작게 마킹한 사람 있는지?"라고 말하며 공개한 답안지를 보면 '0점'을 수긍하게 된다.

A씨가 공개한 답안지 스캔본. / 온라인 커뮤니티 

'마킹'이 아니라 '점'을 찍은 수준이기 때문. 사진 속 마킹은 숫자를 가리지도 못할 정도로 작다. 이의제기 판정결과도 '이상 없음'이라고 표시돼 있다.

답안지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0점 처리 될만하다"며 수긍하는 한편, 중학교 때부터 사용하는 'OMR 카드'를 이렇게 엉망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없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인사이트가 '인사혁신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직접 확인한 결과 "이번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서 전과목 '0점' 처리된 사례가 있다"는 답을 들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국가고시센터 관계자는 인사이트에 "마킹의 크기와 농도가 판독기 기준에서 형편없이 벗어날 경우 읽히지 않을 수 있다"면서 "답안지 뒷면에 마킹을 꽉 채우거나, 농도를 짙게 해야 한다고 안내가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사전공개를 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에게 본인이 작성한 답안지 스캔본을 그대로 보여드리고 있으며, 이번에 이의를 제기하신 분들은 모두 수긍했다"고 덧붙였다. 

공시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혼술남녀' / tvN '혼술남녀'

한편 지난 7일 국가직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이 개시됐으며, 22일 필기성적 및 가산점 사전 공개가 이뤄졌다.

22일과 23일 양일간 이의제기를 받았고, 재검증된 성적이 25일 공개됐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다음 달(5월) 7일 발표된다. 최종 합격자 발표 날짜는 6월 1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