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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병대가 자행한 베트남전 '퐁니·퐁넛 마을 학살 사건'

베트남전쟁 때 한국 해병대가 안전 마을에서 자행한 '퐁니·퐁넛 마을 학살 사건'이 발생한지 올해로 50주기를 맞이했다.

인사이트미군이 촬영한 '퐁니·퐁넛 마을 학살' 사건 기록사진


[인사이트] 이지혜 기자 = "왜 한국군은 여성과 어린아이 뿐이었던 우리 가족에게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나?"


"또 왜 마을에 불을 지르고 시신마저 불도저로 밀어버린 것인가?" 


"어째서 한국군은 끔찍한 잘못을 저질러놓고 50년이 넘도록 그 어떤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인가?"


지난 19일 '퐁니·퐁넛 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 씨가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생존자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베트남전 당시 대한민국 청룡부대에 의해 자행된 퐁니·퐁넛 마을 학살은 1968년 2월 12일에 발생했다.


그동안 베트남전 당시 미국과 한국 등 참전국 군인에 의한 전쟁 범죄는 은폐됐고, 생존자 증언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부정돼 왔다.


인사이트미군이 촬영한 '퐁니·퐁넛 마을 학살' 사건 기록사진


퐁니·퐁넛 마을 학살의 경우는 지난 2000년 6월1일 미국 내 기밀 문서 비밀 해제로 진상이 드러났다. 해당 문서는 20여장의 사진이 첨부된 554장 보고서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퐁넛 마을은 미군에 의해 안전마을로 분류된 곳이었다. 


사건 당일 한국 해병 2여단 1대대 1중대가 인근을 지나가던 중 사격을 받았고, 마을에 들어가 무차별 사격을 행했다.


69명의 베트남 여성과 어린이들이 칼과 총에 의해 죽었다. 반면 한국군 피해는 부상 1명. 일방적인 민간인 학살 정황이다.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을 촬영한 본 상병은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가까운 거리에서 총격을 당하거나 대검에 찔려 죽었다"며 "젊은 남자의 주검은 없었다. 노인이거나, 여성이거나, 아이들이었다"고 목격담을 구술했다. 


당시 한국군 전투 참여자들 증언도 있다. 


이들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베트콩은 떠나가고 겁먹은 마을 사람들 뿐이어서 마을 사람을 한 곳에 모아 놓았는데, 부대 후미의 누군가가 갑자기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며 "마을 주민들도 저항하거나 그런 움직임은 없었지만 애들이 겁이 나서 도망가니까 죽인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퐁니·퐁넛 마을 학살' 생존자들 / 뉴스1


또 다른 미군 보고서에서 미군 정치 고문 제임스 맥은 "한국군이 공산주의자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어 매우 용감하지만 민간인에 대한 잔혹 행위를 일삼고 있어 문제"라며 "한국군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증오심이 대단하다"고 지적했다. 


퐁니·퐁넛 마을 학살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시민 단체가 성금을 모아 지난 2004년 추모비를 세운 것이 전부다.


이번에 한국을 방한한 퐁니·퐁넛 마을 학살 생존자들은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진행되는 '시민평화법정'에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가 원고가 돼 한국 정부를 피고석에 앉히고 학살의 책임을 묻는 법정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