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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동안 '내란음모' 누명 쓴 서울대생에 '무죄' 선고하며 눈물 흘린 판사

판사는 박정희 정권에서 인권 수호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대신 사죄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인사이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박정희 정권 당시 내란음모 사건에 휘말려 4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범죄자로 살아야 했던 피고인들.


이들의 누명을 벗기고 '무죄'를 선고한 판사는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지난 19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형두)는 1972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이신범 전 국회의원과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971년, 당시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 전신)는 서울대생 5명이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이른바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을 발표한다.


주동자로는 이 전 의원과 심 의원,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故 조영래 변호사 등이 지목됐다. 


중앙정보부는 이들이 학생 시위를 주도했으며 사제폭탄을 만들어 정부기관을 폭파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고문을 수배하고, 나머지 4명을 구속했다.


인사이트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당시 박정희 정부는 학원질서 확립을 이유로 특별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학생운동이 일어난 대학들에 휴업령을 내렸고, 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무더기로 제적처리 됐다.


대학 내에서 발간되는 간행물 역시 폐간 조치되는 등 박정희 정부의 탄압에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 등이 크게 위축됐다. 


이와 함께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은 박정희 정부가 민주화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조작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억울하게 재판에 넘겨진 서울대생 4명은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의원에게는 징역 2년, 조 변호사는 징역 1년 6개월, 심 의원과 장 대표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내려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후 이 전 의원과 심 의원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46년이 지난 2018년 4월 19일,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의 신문조서, 진술서, 녹음테이프 등을 보면 중앙정보부에서 고문을 당해 자백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다시 재판해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내란음모의 혐의가 46년 만에 벗겨진 순간이었다.


선고가 끝나고 재판이 마무리될 찰나, 김 부장판사가 "마지막으로 재판부에서 드릴 말씀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부장판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 법원이 인권 수호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큰 고통을 당한 피고인들에게 사법부 일원으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번 재심 판결이 피고인들에게 위로가 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원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