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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된 동생을 처음 봤을 때 누나는 절대 '이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8남매의 장녀이자 둘째 주영이에게 다섯 동생은 희생이 아닌 사랑이다.

인사이트KBS 1TV '인간극장'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삼대장과 오총사. 경북 구미에 사는 8남매를 부르는 말이다.


산통을 이겨내며 세 아이를 낳고, 다시 가슴으로 다섯 아이를 낳은 부부.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동생에 놀랄 만도 하지만, 이 집의 장녀이자 둘째 주영이에게 동생은 희생이 아닌 사랑이었다. 


지난 18일 방송된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삼대장과 오총사' 3부가 그려졌다.


인사이트KBS 1TV '인간극장' 


25살에 전도사와 주일학교 교사로 처음 만난 양동훈(52), 조순덕(52) 부부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자식 8명이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1명도, 2명도 아닌 무려 8명이라니. 아이를 좋아했던 부부는 첫째 호영(25)이부터 둘째 주영(24)이, 셋째 진영(20)까지 내리 아이 셋을 낳았다.


그런 부부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 홀로 남겨진 아이에게 부모의 사랑과 가족이 있다는 기쁨을 선물해주는 것.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년이라는 오랜 고민 끝에 부부는 생후 2개월 된 넷째 찬영이를 입양했다.


이후 국내에서 입양이 잘 안되는 남자아이들을 가족으로 맞았고 그렇게 다섯째 태영이, 여섯째 인영이, 일곱째 해영이, 여덟째 시영이를 품에 안았다.


인사이트KBS 1TV '인간극장'


이날 방송에는 11식구 살림을 도맡은 엄마를 돕기 위해 진학 대신 검정고시를 치르고 보육사 자격증까지 딴 둘째이자 장녀 주영이의 하루가 전파를 탔다.


식구가 많은 탓에 한 번 빨래를 하면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혼자 개면 서너 시간은 훌쩍 지난다면서도 주영이는 묵묵히 동생들의 옷을 정리했다.


한참 대학 캠퍼스를 누비며 20대의 자유를 만끽할 나이지만 주영이는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집을 거의 떠나본 적이 없다.


엄마를 도우려 고등학교 진학 대신 검정고시를 치렀고, 2년 전엔 보육교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땄다.


혼자 공부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주영이는 집안일을 돕고 동생을 돌보는 데 게을리함이 없었다.


인사이트KBS 1TV '인간극장' 


주영이는 종종 '동생들이 없었다면 삶이 달랐지 않겠냐', '억울하지 않냐' 등의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주영이는 가장 처음 입양됐던 찬영이를 만난 순간의 다짐을 떠올린다.


찬영이를 돌보며 주영이는 훗날 동생과 싸울 일이 있더라도,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네가 와서 짜증난다' 그런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 처음부터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주영이는 단 한 번도 동생들을 원망한 적이 없다.


인사이트KBS 1TV '인간극장'


이러한 진심을 털어놓으며 주영이의 목소리에 울음이 가득 찼다.


주영이는 "주변에서 '힘들겠다, 고생이 많다'고 말하는 데 우리는 좋아서 이렇게 사는 것"이라며 "우리를 보면서 고생이 많다고 생각하는 건 우리 동생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산더미같은 빨래를 개고 설거지를 하는 것도, 잠자리에 들기 전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도, 다투는 동생을 품에 안아 달래는 것도.


이 모든 게 주영이에겐 '사랑'인데, 주변에서는 자꾸만 '희생'이라고 말해 속상하기만 하다.


가족들은 몸이 힘든 것보다 편견 어린 시선에 더 큰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지금도 후회는 없다. 오히려 내 아이가 돼주어서, 내 동생이 돼주어서 감사하다.


삼대장과 오총사, 그리고 이를 큰 품에 안은 부부까지. 11식구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봄날을 지내고 있다.


Naver TV '인간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