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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접대·집단강간·몰카협박·마약' 의혹에도 조사 한번 안 받은 검찰 간부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차관인 김학의가 수많은 의혹에도 소환조사조차 없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인사이트MBC 'PD수첩'


[인사이트] 전현영 기자 = 2013년 3월, 1분 40초짜리 동영상 하나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놨다.


2008년 말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사회 고위층이 성접대를 받는 모습을 담고 있어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라고 불렸다.


영상 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성관계 하는 남성으로 지목된 사람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차관인 김학의였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문제의 동영상 속 김학의 전 차관이 단 한 차례의 검찰소환 조사도 받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에 주목하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파헤쳤다.


당시 공개된 영상이 찍힌 별장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소유로, 경찰은 윤씨가 자신의 별장에서 사회 고위층들에게 성접대를 해온 사실을 파악했다.


인사이트MBC 'PD수첩'


경찰은 김학의 전 차관 역시 성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을 냈다.


그러나 검찰은 성폭행의 증거가 불충분하고, 동영상 속 남성을 특정할 수 없다며 김학의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렇게 사건은 종결되는듯 했으나, 2014년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밝힌 피해자 A씨가 등장하며 사건은 전환점을 맞이한다. 


A씨는 동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고 밝혔지만, 검찰은 단 한 번의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두 남녀를 특정할 수 없다'며 또 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날 'PD수첩' 제작진과 인터뷰를 한 A씨는 2006년경 지인 모임을 통해 건설업자 윤씨를 처음 만난 후 별장에서 윤씨와 관리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A씨에게 욕설을 하고 뺨을 때린 윤씨는 잘 모셔야 하는 사람이 있다며 2006년 당시 인천지검 차장검사였던 김학의를 별장으로 불렀다고 알려졌다.


처음 성폭행을 당했을 때 촬영을 당한 A씨는 말을 듣지 않으면 다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윤씨 때문에 김학의 전 차관과 계속 성관계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인사이트


인사이트MBC 'PD수첩'


또한 A씨는 김학의 전 차관이 준 술을 마시고 몸을 가눌 수 없었다며 약물을 사용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A씨는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검사는 "모두 용서하고 얼굴도 예쁜데 그냥 잊고 살아라"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 분노를 유발했다.


또 다른 피해 여성 B씨도 윤씨가 건넨 드링크제 하나랑 피로회복제라며 준 약을 먹은 후 성폭행을 당했고, 그 장면이 촬영됐다고 고백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후 김학의 전 차관은 엿새 만에 사퇴했다. 사퇴하면서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고 진실을 밝혀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내린 두 번의 무혐의 처분 덕분에 현재 김학의 전 차관은 숨어 사는 여성들과 달리 변호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상황.


PD수첩은 당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사들을 조사해 봤다.


보도에 따르면 성접대 수사를 맡았던 윤재필 강력부장검사는 불법도박에 연루된 연예인 사건도 담당하고 있었다.


PD수첩은 윤재필 부장검사가 김학의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기 바로 직전 불법도박 연예인들을 검찰 소환하며 사건이 묻히게 도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2008년 BBK 특검에서 다스 수 팀장으로 무혐의를 이끌어낸 박정식 3차장 검사,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수사 외압을 가한 의혹에 휩싸였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무혐의 처분에 관여된 수사 및 지휘 라인이라고 보도했다.


인사이트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 뉴스1


2018년 4월 검찰의 권력 남용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을 재조사하기 위해 설치된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조사 대상으로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사건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한 전직 부장검사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지금도 김학의, 장자연 다시 조사한다고 하면 웃는다. 서지현이 살아 있는 검사 이야기하는데도 계속 딴짓을 하는데…"라며 이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피해 여성이 150페이지에 달하는 구체적인 진술 조서까지 써냈음에도 김학의 전 차관을 소환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의 권력 남용 의혹은 분노를 자아낸다.


피해 여성 중 한 명은 2013년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죽음의 길을 선택하기 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한을 풀고 싶다"며 권력도 범죄 앞에서 용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한편 'PD수첩'은 오는 24일 '별장 성접대 사건' 2부를 통해 보다 자세한 검찰 내 적폐를 파헤칠 계획이다.


Naver TV 'PD 수첩'


전현영 기자 hyeon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