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자식에게 짐 되기 싫어 바다에 몸 던진 노인들
한 때는 가족을 책임졌지만 정작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노인들을 위한 탈출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너희들 고생시킬 것 같아 먼저 간다"
한평생 자식들에게 헌신하고, 늙어서는 짐이 될까 두려워한다.
'부모'라는 무게에 짓눌린 노인들의 선택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난 2013년 제주도와 부산항을 오고 가는 여객선에서 하룻밤 새 무려 4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신변을 비관했던 60대 남성 2명과 노부부가 바다에 몸을 던진 것이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도 막지 못했던 그들의 죽음.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동네 사람들은 "남편이 치매가 있던 아내를 20년 넘도록 돌봤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던 이들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따로 사는 자식의 소득이 오르며 노부부가 기초수급대상자에서 탈락하게 된 것이다.
건물을 매각해버린 집주인 탓에 살던 집도 비워줘야 했다.
벼랑 끝에 몰린 부부는 차마 자식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 채 삶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홀로 몸을 던진 60대 남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지막 남기는 글'이라고 이름 붙인 유서에서 "여기가 쓸쓸한 내 마지막 종착역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그동안 이 세상 그럭저럭 살아온 것에 감사하다"고 썼다.
그러면서도 남성은 마지막까지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내가 죽고 없더라도 어느 바닷가에 오면 아버지 생각 한 번만 해다오"라며 "미안하지만 할매도 부탁한다"고 유서를 맺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같은 이야기는 SBS '궁금한 이야기 Y'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들은 일생동안 자식을 위해 살았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자식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했다.
한 때는 가족을 책임졌지만 정작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노인들. 그들을 위한 탈출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