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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에 남겨져 주인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동물들

동물들은 여전히 후쿠시마에 남아 있다.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와 고양이, 농장에서 울부짖는 돼지와 닭, 소들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인사이트오오타 야스스케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참혹함이라고 말했다.


원전 사고로 죽음의 땅이 돼버린 후쿠시마에서 한 남성의 한숨이 짙게 깔렸다.


지난 2011년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


최악의 원전 사고였다. 고선량 방사선은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사방에 퍼지기 시작했고, 그곳의 자연은 색(色)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사태를 부랴부랴 수습하기에 나섰다.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며 원전 인근을 경계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때부터 후쿠시마 원전을 기준으로 반경 20km 지역에는 인간의 발길이 끊겼다.


인사이트오오타 야스스케


그러나 동물들은 여전히 후쿠시마에 남아 있다.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와 고양이, 농장에서 울부짖는 돼지와 닭, 소들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원전 사고 당시 후쿠시마 인근에는 닭 63만 마리, 돼지 3만 마리, 소 4,000마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는 지진과 쓰나미로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동물들도 있었는데 오히려 더 끔찍한 고통을 견뎌야 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주인의 사랑에 목말랐고, 농장의 가축들은 먹이를 먹지 못해 배고픔에 쓰러졌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개월 후, 일본 정부는 '살처분'을 결정한다.


동물들이 이미 방사능에 피폭돼 위생상 문제가 있다는 점, 가축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점, 식용으로도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인사이트오오타 야스스케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동물들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죽이자는 것이었다.


일본의 사진작가 오오타 야스스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대로 있다간 동물들이 희생될 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자체도 기억에서 잊혀질 것이라 우려했다.


결국 그는 죽음의 땅 후쿠시마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동물들은 대부분 굶어 죽어 있었다. 목줄에 묶여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강아지의 사체를 보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고 전했다.


우연히 마을에서 강아지 한 마리와 만났는데, 녀석의 눈빛이 너무 처량했다고 한다. 배고픔보다 외로움이 더 컸던 강아지였다.


그는 우르르 몰려다니던 돼지 한 무리도 만났다. 배고픔에 지쳐 보였던 돼지들에게 사료를 던지자 허겁지겁 먹었다.


인사이트오오타 야스스케


그러나 다음 날, 오오타는 살처분 당해 도로에 누워 있는 돼지들과 눈이 마주쳤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오오타는 꾸준히 후쿠시마를 방문하며 그곳에 남겨진 동물들을 사진으로 찍었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이라는 책도 냈다.


그가 목숨의 위협을 무릅쓰고 후쿠시마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사람들이 후쿠시마의 상처를 모두 잊을까 봐 두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괜찮다"라고만 말한다. 관광지로 홍보하고,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수출한다.


이젠 동물들도 모자라 '진실'마저 살처분할 작정인가 보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