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커트 라인 '키 2m 이하' 통과하자 기뻐 우는 외국인 선수

인사이트SBS '8뉴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키 199.2cm. 통과!"


한국 프로 농구에서 무려 7시즌 동안 뛴 장수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전주 KCC·33)가 키가 '줄어든' 덕분에 다음 시즌에서 국내 무대에서 뛸 수 있게 됐다.


로드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KBL 센터를 찾아 신장 재측정을 받았다.


로드가 신장 재측정을 받은 이유는 다음 시즌부터 적용되는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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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지난달 5일 제23기 제3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2018-19시즌부터 시행하는 외국인 선수 자유선발제도의 신장 제한을 '장신 선수는 2m 이하, 단신 선수는 186cm 이하'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은 빠른 경기 속도를 통한 평균 득점 향상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프로 농구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올 시즌까지 국내 무대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 중 2m 이하, 186cm 이하 선수들이 신장 재측정에 나섰고, 이날 전까지 200.1cm였던 로드도 신장 재측정을 받았다.


'0.1cm'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우스운 상황이 싫었던 로드는 이날 최대한 키를 줄이기 위해 양말까지 벗고 신장 측정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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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여 동안 진행된 신장 재측정 결과 로드는 199.2cm로 나왔다. 기존 KBL 공식 신장보다 '0.9cm'를 줄이면서 '까다로운' 외국인 선수 신장 커트라인을 통과한 것이다.


다음 시즌에도 국내 무대에서 뛸 수 있게 된 로드는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기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취재진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들은 KBL의 이상한 규정이 불러온 촌극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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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로드는 한국 프로 농구에서 무려 7시즌 동안 뛴 베테랑 외국인 선수다.


지난 2010-11시즌 부산 KT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인천 전자랜드, 안양 KGC, 울산 현대모비스, 전주 KCC까지 소속팀을 옮기며 활약한 로드는 통산 블록슛이 561개로 김주성(원주 DB)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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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리바운드 개수도 2,838개로 통산 10위를 기록 중이며, 이번 시즌에도 평균 18.28득점에 8.7 리바운드로 KCC가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르기까지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로드는 키가 2m를 넘는다는 이유로 국내 무대에서 쫓겨날 뻔했고 키가 '줄어든' 덕분에 잔류할 수 있게 되자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다. 당사자에게는 분명 기쁜 일이겠지만 한국 농구의 발전을 바라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씁쓸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로드는 키 199.2cm로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올 시즌 득점왕과 블록왕 두 개의 타이틀을 접수한 데이비드 사이먼(안양 KGC 인삼공사·36)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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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KBL에 따르면 사이먼은 이날 KBL 센터를 찾아 신장을 다시 측정했다. 사이먼의 기존 KBL 공식 신장은 203cm였다.


이날 측정에서 그는 3cm 작게 나와야 다음 시즌에도 한국에서 뛸 수 있었지만 최종 202.1cm 판정을 받아 한국을 떠나야 했다. KBL 집행부의 시대착오적인 규정이 득점왕을 떠나게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프로 농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기준'이 시대를 역행하는 '탁상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한국 농구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사이트김영기 KBL 총재 / KBL


이처럼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기준'이 잡음만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6일 "가장 큰 목적은 국내 선수 보호다. 구단의 유불리를 떠나 전체 리그의 경쟁력과 품질을 우선시하다 보니 현장의 의견을 다 수용하지는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KBL 출범 이래 22시즌 중 15시즌에 신장 제한을 실시했는데, 신장 제한이 폐지된 시기에 경기 속도와 득점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김지현 기자 john@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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