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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써서 '아동 강간 살인범'으로 39년을 살아왔습니다"

억울하게 39년 동안 강간살인범으로 누명 씐 채 살아왔지만 국가는 그에게 어떤 배상도 해주지 않았다.

인사이트영화 '7번방의 선물'


[인사이트] 최해리 기자 = 억울하게 39년 동안 강간살인범으로 누명 씐 채 살아왔지만 국가는 그에게 어떤 배상도 해주지 않았다.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모티브가 된 춘천 강간 살인 조작 사건에 대해 이야기가 다뤄졌다.


이날 다뤄진 '춘천 강간 살인 조작 사건'은 지난 1972년 춘천경찰서 파출소장의 9살 딸이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경찰은 사건의 범인으로 소녀가 자주 다니던 만화방 주인 정원섭 씨를 지목했다.


인사이트영화 '재심'


정 씨는 경찰에 검거된 후에도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의 폭행과 협박에 의한 강압수사에 못 이겨 결국 거짓 자백을 하게 된다.


정 씨의 거짓 자백을 받아낸 후 증거물까지 조작한 경찰은 정 씨의 혐의를 벗겨 줄 목격자까지 협박하며 증언을 묵살시키는 만행을 저지른다.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로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정 씨는 1987년까지 15년을 복역하다가 모범수로 석방하게 된다.


억울하게 징역살이를 한 정 씨는 교도소에서 나온 후 10여 년간 자신의 누명을 풀기 위해 재판을 준비한다.


인사이트영화 '재심'


하지만 법원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그의 재심을 모두 기각시켜 버렸다.


정 씨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고, 사건이 발생한 후 무려 35년 만인 2007년에 다시 재판을 열 수 있었다.


재판을 통해 비로소 그는 무죄 판결을 받게 됐지만, 법원 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듭해서 항소와 상고까지 진행했다.


긴 재판 끝에 2011년 대법원이 법원 측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정 씨의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인사이트MBC '시사매거진 2580'


이때 정 씨의 나이는 77살로, 사건 발생 후 무려 39년이나 지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성범죄자'로 낙인찍힌 채 살아온 정 씨에게 국가는 또 한번 상처를 주게 된다.


국가는 수사나 재판을 잘못해서 억울하게 구금되거나 징역살이 한 정 씨와 같은 경우에 피해자에게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줘야 한다.


실제로 정 씨와 그의 가족에게 1심에서 26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인사이트MBC '시사매거진 2580'


하지만 해당 판결은 항소심에서 완전히 뒤집혀버린다.


항소심에서 정 씨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형사 보상 제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며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날 또는 이번 사건처럼 형사 보상 청구를 한 경우에는 형사 보상 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청구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정 씨는 형사 보상 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하고도 10일 된 날 제기됐다는 것이다.


인사이트MBC '시사매거진 2580'


39년 동안 억울하게 누명을 씐 채 살아온 정 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안타까운 정 씨의 사연이 전해지고 국민들은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표창원 의원은 지난달 9일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국가가 회피할 수 있도록 놔둬선 안 된다"며 정원섭 법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고문과 같은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입은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한 경우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해리 기자 haeri@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