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 안희정을 지우지 말아야 하는 이유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지난 5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자 당시 충청남도 도지사였던 안희정에게 성폭행범 의혹이 불거졌다. 


충격적인 소식에 국민들은 그야말로 화들짝 놀랐다. 


부인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다던 국민 '사랑꾼' 또는 정의의 수호자, 여권 신장에 앞장섰던 안 전 지사였기에 성폭행 의혹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사이트JTBC '뉴스룸'


김지은 전 정무비서가 넋을 잃은 표정으로 JTBC '뉴스룸'과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 안 전 지사는 '신사'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멋진 얼굴, 세련된 태도, 화려한 언변까지. 방송으로 보게 된 그의 이미지는 더할 나위 없는 명품 신사였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김 전 정무비서의 인터뷰 이후 SNS에서는 안희정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누구는 그가 아예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지우겠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해명도 제대로 듣지 않고 판단하는 사람이 무섭다고 말했다. 


폭로 직후 잠적한 그는 다음 날 새벽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도지사직을 내려놓겠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힌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9일에는 김 전 정무비서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검찰에 돌연 자진 출석해 국민을 또다시 놀라게 했다. 


들어갈 때 그는 생각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라고 국민과 가족에게만 사과한다. 


조사를 받고 나온 그는 김 전 정무비서에게 사과했지만 성폭행 의혹에 대한 말은 어느 순간 "부적절한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로 바뀌어 있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독특한 것은 김 전 정무비서가 증거 자료로 제출한 문자메시지다. 


안 전 지사는 김 전 비서에게 성폭행 혹은 성관계 후에 "괘념치 마라"라는 의문의 메시지를 남긴다. 


이 말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괘념치 말라'는 건 '나는 괜찮으니 너는 걱정하지 말라'고 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피해자가 상처받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인데, 가해자가 '나는 걱정하지 않으니 너도 걱정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임 교수는 안 전 지사의 사례를 권력형 나르시시즘으로 규정하며 그 특징으로 "오만함과 함께 상대방을 물적 대상화하고 도구로 착취하는 점"이라고 밝혔다. 


다른 학자들 역시 그가 '권력형 나르시시즘'을 앓고 있다는데 동의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그는 한 사람을 자신의 욕망 해소를 위한 도구로 쓴 사람이었다. 


그러나 과연 '권력형 나르시시즘'이 안 전 지사만의 문제일까.


인사이트연합뉴스


요즘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미투' 폭로가 나온다고 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는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가 넘쳐난다. 


성범죄 의혹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굵직굵직한 지위를 갖고 있었다. 


문화계, 법조계, 교육계 등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여성들 앞에는 전방위적으로 권력형 성범죄가 몸을 웅크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이트배우 조재현 / 연합뉴스


그렇다고 여성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여성 혹은 힘이나 권력으로 억누르는 남성에게 성범죄를 당한 남성들도 있다. 


미투 운동이 두 달을 넘어서며 이와 같은 고백을 하는 ‘남성 미투’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권력형 미투가 결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강자와 약자간의 대결이자 그 자체로 권력관계의 문제임을 환기시킨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안 전 지사의 문제는 그 점에서 수법의 이중성과 잠적, 인정, 부인(否認)이라는 순서가 지금껏 권력형 미투가 보여주었던 패턴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 하다. 


국회에는 현재 미투 관련 법안이 139건 발의돼 있지만 처리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다. 


이대로 가해자의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몇 달 후 보다 강력해진 권력형 성범죄가 발생한데도 놀랍지 않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성폭력 피해자들은 6년 후, 10년 후에도 가해자를 기억한다. 아니, 피해자의 아픔은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는다. 


가해자는 한낱 유희로 넘기는 그 시간이 피해자들에게는 끔찍한 악몽으로 매일 밤 되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형 미투의 전형인 안희정을 지워서는 안 된다. 그가 다른 성범죄자보다 죄가 무겁거나 국민들을 기만했기 때문이 아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앞으로 그가 어떻게 말하고, 대응하고, 판결 받는지가 미투 판결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희정을 지우고, 지우지 않고는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당장 괴롭다는 이유로 그를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개인이 늘어난다면 역사는 반복될 확률이 높다. 


촛불 혁명은 한 사람이 아니라 대중의 마음이 오랜 시간 이어졌기에 비로소 성공할 수 있었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

[저작권자 ⓒ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