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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얘기 지겹다"는 사람들에게 일침 날린 재일교포

30여 년간 일본 현지에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려온 영화감독이 역사에 무심한 사람들에게 일침과 함께 관심을 호소했다.

인사이트YTN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잊어버리면, 이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조차 없어질 수 있습니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본 현지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온 한 영화감독의 말이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극장에서는 영화 '침묵'의 상영회가 열렸다.


'침묵'은 재일교포 2세 박수남 감독이 30년 가까이 모아온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과 활동 기록을 편집해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인사이트영화 '침묵'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그때'의 기억을 물으면 처음엔 소리가 나오지 않아 말을 못 한다고 한다. 너무 깊은 곳에 담아뒀던 기억이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그 침묵을 깨고 이들의 증언을 낱낱이 기록했다.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뒤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는 박 감독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멋대로 합의를 체결한 데 대한 분노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 민족의 역사"라며 "끝까지 파내서 반드시 책임자가 누군지 밝히겠다는 확신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영화 '침묵'


특히 우리나라 젊은 층의 관심을 당부했다. 박 감독은 "위안부 얘기는 그만 좀 하라고 지겹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잊어버리면, 이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조차 없어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박 감독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발자취를 좇은 건 지난 1989년이다.


이후 1991년 위안부 피해자 중 최초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고(故) 배봉기 할머니의 인터뷰를 담은 영화 '아리랑의 노래'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아픔의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박 감독의 최신작 '침묵'은 117분의 긴 러닝타임에 걸쳐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할머니들의 투쟁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인사이트영화 '침묵'


영화 속 할머니들은 일왕이 사는 황거 앞에 주저앉아 울부짖기도 하고, 일본 정치인과 전직 군인들을 상대로 힘겨운 증언을 쏟아내기도 한다.


영화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일본에선 도쿄뿐 아니라, 오사카, 요코하마 등에서 소규모로 상영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영화를 본 일본인 마쓰노 다카노부씨는 "나는 일본인이면서도 일본 정부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왜 듣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람객은 "인간으로서 일본이 저지른 죄의 무거움을 실감했다"면서 "국가가 반드시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했다"고 영화 감상 소감을 밝혔다.   


YouTube 'moviecollectionjp'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