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나만 빼고 우르르 나가요"…투명인간 취급하는 직장 내 '따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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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어디서나 있는 텃세라고 생각했어요. 말 걸어도 못 들은 체 하고, 메신저를 보내도 무시했어요. 먼저 다가가면 불쾌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쳐요. 점심 시간에 동료들은 저만 투명인간 취급하고 우르르 나가고...직장 내 왕따가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중견 기업에 입사한 A(28) 씨에게 가장 힘든 것은 야근도, 과중한 업무도 아닌 '외로움'이다. 


그는 "신입사원이 아무것도 모르는 게 당연한데 가르쳐 주지 않고 싸늘하게 군다"면서도 "힘들게 취업했는데 그냥 퇴사할 수 없어서 꾹꾹 참으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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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행태는 다양하다. 따돌리고 무시하기도 하며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퍼붓기도 한다. 감당하기 힘든 과중한 일을 주거나, 반대로 주요 업무에서 배제하기도 한다. 때로는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음주와 흡연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괴롭힘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상당수는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이 참는 것에 그치는 등 적극적 대처에 나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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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언에 폭행에...괴로운 직장인들


지난 5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2명은 최근 5년간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회 이상 경험했다고 밝힌 이들은 절반이 넘었다. 반복적으로 경험한 이도 10명중 1명에 달했다.


또 조사대상자의 80.8%가 직장 내 괴롭힘을 목격했거나 상담을 해준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정신적인 공격'은 대표적인 괴롭힘 유형이다. 지나친 폭언과 욕설 및 인격 모독 등은 무력감을 넘어 신체적 이상까지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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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여기서 하는 게 뭐냐,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주변에서 너 자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들으니까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었어요. 그렇게 5개월이 되니까 수면장애가 왔어요. 결국에는 회의 중 심장 이상 증세가 와서 쓰러졌고 병원에 실려 갔어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대표적인 폭언 사례다. 노동자 A 씨는 "반복된 폭언과 함께 업무적인 괴롭힘 등으로 스트레스가 누적됐고 심장마비까지 와서 심폐소생술을 받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근무하던 B씨는 원장에게 수차례 폭언을 들은 후 극단적인 충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장으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폭언을 들은 후 심한 모욕감이 차올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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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등의) 지나친 요구'는 20.8%로 두 번째로 많은 괴롭힘 행위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업무를 할당하거나, 반대로 아예 업무를 박탈하는 경우, 고유 업무를 빼앗고 허드렛일을 맡기는 경우다.


하청업체 소속으로 비정규직 신분으로 근무한 C 씨는 원청업체 관리자로부터 본인의 업무 외에 가욋일을 떠맡았다. 그는 "오후 8시가 넘어가도 소화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일을 부여받았고, 완료하지 못했을 경우 다음 날 질책을 들었다"며 "정규직과 달리 추가 근무 수당도 없을뿐더러, (거부할 경우) 재계약이 안 될 수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제조업 분야에서 근무한 D 씨는 그 반대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뒤 그는 "자리 자체를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곳으로 이동시킨 뒤, 일을 전혀 주지 않았다"며 "온종일 모니터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직장 내 따돌림을 겪은 이도 16.1%나 됐다. 인간적인 교류를 차단하거나 공식 행사 및 회식 등에 참여를 금지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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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노동자였던 E씨는 "사측이 7개월 동안 대기 발령을 냈고, 직장 사람들과 만나는 것과 공식 행사 참여 등을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출입은 금지됐고 사무실 빈 자리에 앉아 아무도 만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인 F씨 역시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비조합원들이 식사 시간 때 따돌리는 등 노골적으로 배척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 외에 대화나 식사, 모임 등에서 특정 노동자를 집단으로 따돌리는 등 불이익을 주는 사례도 많았다.


이밖에 성적 공격(3.0%)이나 물리적인 폭행 등의 신체적 공격(2.0%)을 당했다고 답한 사람도 있다.


◇ "힘들다" 말하기 어려운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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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대부분은 침묵을 선택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각종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 대다수는 신고나 상담 등 적극적인 대응이 아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히 정신적인 괴롭힘을 받은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아무런 대응에도 나서지 못했다고 밝혔다. 업무적인 괴롭힘(40.4%)이나 신체적인 괴롭힘(27.3%)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침묵을 택한 것은 무엇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가 악화할 것을 우려해서 말하지 못했다고 답한 이도 3명 중 1명 꼴이었다. 상담 부서의 부재를 이유로 꼽은 비율도 33%에 달했다. 말할 수도, 말할 곳도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직장 내 근무환경에 대해 조사한 결과, 현 직장에 직원의 고민이나 불만, 고충 등을 접수하는 상담 창구가 설치되지 않은 비율은 40.1%였다. 존재 여부조차 모른다고 답한 비율도 14.5%나 됐다. 반면 사내에 설치된 비율은 19.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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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가장 큰 문제는 발생 시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신고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가해자의 처벌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는 다른 신고를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근로자들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한 직장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현 직장이 괴롭힘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이는 절반에 가까웠고 ‘모르겠다’고 답한 이도 11.4%로 나타났다.


기업의 소극적인 대응이나 무관심은 관련 교육 부재로도 나타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국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강습이나 교육 등을 받았다고 답한 이들은 32.4%에 그쳤다. 반면,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67.6%였다.


◇ 개선 방법 없을까


인사이트2016년 한 대기업에서 명예퇴직 거부자에게 면벽 책상을 내줘 논란이 된 사진(출처=금속노조)


전문가들은 기업 차원에서의 시스템 개선만이 근본적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기업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성과 지상주의가 우선시 되기 때문에 개인의 괴롭힘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성과가 떨어지면 조직 차원에서 압박하는 경우는 흔한 사례"라며 "구조조정이라는 강수보다 제 발로 퇴사하도록 만들기 위해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기업 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결국 악영향으로 돌아온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따돌림 등 직장 내 가혹 행위는 생산성 하락을 가져오며 1인당 연간 손실 비용이 300만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를 조사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최대 9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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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피해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맹점이 존재한다"며 "피해자는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주변 동료나 노동조합이대신 신고하고 당사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직장 내 괴롭힘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폭행금지 조항에 신체적 폭행만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폭행 금지 조항에 업무 배제나 사무실 내 따돌림, 부당한 일 지시 등 각종 권력형 괴롭힘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아일랜드(90%), 영국(84%) 등 주요 유럽연합(EU) 국가 상당수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절차가 마련됐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일부 유럽 국가는 직장내 괴롭힘에 관한 특별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의 경우, 1993년에 이미 이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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