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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가 평창서 먹고자며 '패럴림픽 출첵'하는 이유

김정숙 여사의 '소통 행보' 뒤에는 소외된 이웃을 향한 관심과 지원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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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유쾌한 정숙씨' 김정숙 여사가 평창 패럴림픽 경기장에 떴다. 가볍게 맨 그의 백팩 뒤에는 작은 태극기 2개가 꽂혀 있었다.


마치 무기를 장착하고 전쟁에 나서는 장군의 뒷모습처럼 김 여사는 비장한 발걸음으로 15일 강릉 하키 센터를 찾았다.


선수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은 김 여사는 장동신·이지훈 선수 가족들과 함께 열띤 응원을 펼쳤다.


등 뒤에 꽂혀있던 태극기를 뽑아들고 신나게 흔들며 흥을 돋웠다. 영부인이라기보다 흥 많고 푸근한 옆집 아줌마를 보는 듯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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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는 벌써 일주일이 넘도록 우리나라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하는 거의 모든 경기에 빠짐없이 참관하고 있다.


올림픽에 비해 대중들에게 무관심한 패럴림픽을 홍보하고, 선수들에게 힘과 용기를 보태기 위해서다.


지난 9일 패럴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던 김 여사는 청와대로 복귀하지 않고 아예 평창에 짐을 풀었다.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선수, 자원봉사자, 선수들의 가족, 관람객 등 수많은 시민들과 소통했다. 함께 사진을 찍고 오래 만난 사이처럼 덕담을 나눴다.


외교, 안보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빈 자리를 김 여사가 톡톡히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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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청와대 


특유의 친화력과 소탈함으로 국민들은 김 여사에게 '유쾌한 정숙씨'라는 애칭까지 붙여줬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여사는 역대 영부인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해 물난리로 고통받던 청주 수해복구지역에 김 여사가 찾아왔다. 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갈 차림새가 아니었다.


밀짚모자를 쓰고 몸빼 바지를 입은 김 여사는 물먹은 빨랫감도 어깨에 척척 짊어지며 수해복구를 도왔다.


끝나고 나서는 사비를 털어 함께 고생한 자원봉사에 작게나마 회식비도 지원했다. 역대 정권에서 수해복구 자원봉사에 나선 영부인은 김 여사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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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김 여사는 주로 낮은 곳에서 소외된 이웃과 함께해왔다.


2012년 문 대통령이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김 여사는 영부인으로서 "소외된 이웃의 꿈과 힘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국가 유공자를 청와대로 초대하고, 평창 패럴림픽 화장실 청소 자원봉사를 지원한 어르신들께 따뜻한 식사 한 끼를 대접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김 여사가 청와대가 아닌 평창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소외된 이웃을 향한 관심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일지도 모른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창에서 김 여사가 서민들을 만나는 사이 서울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로 여론이 시끄러웠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 등 20개의 혐의를 받고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다섯 번째로 검찰에 소환됐다.


김윤옥 여사 역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명품 구입에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곧 김윤옥 여사도 남편을 따라 검찰 조사실에 앉아야 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을 잃은 이 광경이 국민들에게 분노를 자아내는 동시에 씁쓸함을 안긴다.


이들도 한때는 시장에서 국밥 한술 뜨며 '서민을 위한 대통령'을 외쳤더랬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가는 '검찰 수사'라는 비참한 말로로 돌아왔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사람이 먼저다'를 외쳤던 문 대통령과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겠다는 김 여사의 약속에 더욱 무게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문 대통령 내외가 서민 행보를 보일 때마다 국민들은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익숙해지고 초심을 잃는다면 지금의 박수는 분노의 칼끝으로 변할 것이다.


임기를 마치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으로서 돌아갈 때까지 서민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문 대통령 정권의 핵심 기조가 변함없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