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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빠는 욕먹어도 싸"…변질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의미

최근 권력형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어 문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이소현 기자 = 최근 권력형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지난 9일 연예계 '미투(Me Too)' 바람의 시발점이던 배우 고(故) 조민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故) 조민기의 죽음으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이던 충북지방경찰청은 수사를 종결했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피해자들의 미투는 방향을 잃었다.


고인과 관련된 폭로 내용 대부분이 공소시효가 지나 가벼운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마저도 피해간 셈이다.


가해자가 사라지자 누구에게라도 '죄인' 프레임을 씌우지 않으면 안 되는 모난 악플러들은 고인의 가족에게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


인사이트네이버 댓글 캡처


과거 조민기와 함께 방송에 등장했던 조윤경은 아빠의 성폭력 논란이 커지자 인스타그램을 닫았다.


그러나 하루에 수십 개씩 쏟아지는 기사와 여기에 달리는 악플들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몇몇 누리꾼은 발설하기조차 부끄러운 성희롱 발언을 내뱉었다. 이들은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인사이트Instagram 'haejung_c'


조재현의 딸도 마찬가지다. 


조재현은 조민기와 함께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고 배우의 길을 걷고 있던 조혜정은 배우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성범죄자' 딸의 연예계 진출이 불편하다는 누리꾼들의 여론몰이가 시작된 후 조혜정은 갖은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이같은 악플러들의 '화살 돌리기'식 마녀사냥은 가해자 가족뿐 아니라 용기를 내 자신들의 피해를 폭로한 피해자들에게도 상처로 남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어렵게 폭로를 결심했던 피해자들은 죄 없는 가해자 가족들이 자신의 고백으로 고통받게 됐다는 자책감에 빠진다.


나아가서는 자신의 폭로를 후회하게 된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변질되는 순간이다.


미투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은 온전히 가해 당사자가 져야 할 몫이다. '미투'의 본질은 성폭력 당사자의 법적 처벌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 권력형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미투' 운동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미투'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펜스룰'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변질 해석돼 문제다. 


'펜스룰'은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아내 이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 탄생한 말이다.


이를 일부 누리꾼은 '펜스룰'을 처음부터 여자 직원을 '고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펜스룰'의 진정한 의미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남성 '스스로' 조심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데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물론 '미투' 바람은 한국 사회에 긍정적 변화도 가져왔다.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공소시효가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됐다.


또 '노래방', '룸싸롱'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남성들의 사회적 분위기도 옅어졌다.


그러나 진정한 '미투'의 본질을 잊어버린 몇몇 이들은 아직도 '책임 전가'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막고,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자는 미투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때다.


곪을 대로 곪아 터져버린 '미투'를 비뚤어진 눈으로 바라보지 말자.


이소현 기자 so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