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내 주변 60cm 안으로 들어오지마라"…'미투' 운동에 '펜스 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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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60cm 안으로 들어오지마"


공기업에서 일하는 여성 A(28) 씨가 남자 상사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A 씨와의 접촉을 차단해 성폭력 가해 행위를 방지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이처럼 여성과의 접촉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펜스 룰'이 남성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여성과의 접촉을 피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는 불상사를 예방하겠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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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도 여성과 남성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회식을 줄이거나 출장은 동성끼리 가는 방식이죠. 그러나 이것이 여성 배제로 이어져 성차별을 일으킨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의사결정을 대부분 남성이 담당하기 때문에 펜스 룰이 확산되면 여성의 (일할)기회가 박탈당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에 다수 남성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입니다. 가해 행위를 피하기 위한 노력조차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죠. 아예 펜스 룰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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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서 피하는 것도 못 하게 하면 어쩌라고" -네이버 아이디 make****


"실수할 수도 있는데 사전에 차단하는 게 현명" -네이버 아이디 bbea****


이런 펜스 룰 열풍의 기저에는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성추행 및 성희롱은 '성적 수치심'이라는 주관적 판단이 기준이 되는데요, 입증이 곤란해 허위신고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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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은 "남성을 성폭행 가해자로 신고해 놓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빠져 나가는 여성들의 사례가 늘고 있다"며 "무고죄의 형량을 높여 달라"는 청원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이 허위 신고를 남발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무고죄 관련 통계가 없고, 성범죄 무죄 판결 비율도 낮기 때문입니다.


최근 3년간의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 피의자 중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비율은 20% 내외입니다. 하지만 혐의없음이 곧 허위 신고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도 혐의없음 판단이 내려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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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무고죄 피의자 수는 평균 5천700명입니다. 그러나 5천700명 중 성범죄 관련 무고 사건이 몇 건 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법원이 통계를 내지 않기 때문이죠.


'2016 대법원 사법연감' 자료를 살펴보면 강간 및 추행 관련 사건은 총 5천618건입니다. 이 중 1심 무죄 판결은 192건으로 약 3.4% 정도로 낮습니다. 여성이 허위 신고를 남발한다는 믿음은 근거가 없는 셈이죠.


허위 신고가 두려워 여성과의 접촉을 차단한다는 펜스 룰은 여성은 믿지 못하겠다는 또 다른 혐오 발언은 아닐까요. 펜스 룰을 넘어 양성 간극을 좁히는 새로운 룰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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